강남몽
강남몽
어느 한 때 황석영의 작품을 참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문학 청년시절 좋게 읽었던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한국일보에 10년간 연재 되었던 「장길산」등이 생각나는 작품들이다.
황석영은 파란 만장한 삶을 산 풍운아다. 4.19혁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고, 이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랑생활을 하다 사상계에 「입석부근」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대학 재학 중에 한일회담 반대 운동을 하다 제적되었고, 월남전에 자원입대 했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나온 게 장편「무기의 그늘」이다.
그는 1980년대 말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을 만나기도 했으며, 그 이유로 반공법 위반으로 외국으로 쫓겨 다니다가 자수하여 5년간 옥고를 치른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중앙아시아 순방에 함께 참여하기도 하는 등 근대 정치 격변기를 몸으로 체험한 작가다.
그의 작품 「강남몽」은 일제시대부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까지의 50여년의 한국근대 정치 격변기를 다룬 작품이다.
삼풍백화점의 회장을 실제 인물로 하여 그의 첩 박선녀의 일대기를 통하여 ‘박정희’등 군부세력이 부침과정, 조직폭력과 정․검․안기부의 커넥션 관계, 강남이 형성되기 까지 부동산 열풍으로 재벌이 된 사람들 이야기까지를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대하소설로 써도 충분한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압축시켜 낸 능력에 역시 황석영이구나를 느끼게 한다.
1장은 백화점이 무너지기 전까지 박선녀가 만났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2장은 내연 관계인 대성(삼풍)백화점 회장인 김진(이준)이 일제 시절부터 강남에 재산을 형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면서 4․3, 여순 반란과 박정희의 관계까지를 엮어내고, 제3장에서는 사랑했던 부동산 업자 심남수를 통해서 강남 형성과정의 추악한 비리, 제4장에서는 잠시 동업을 했던 홍양태를 통해서 조양은, 김태촌 등 조폭들의 세계가. 제5장에서는 백화점이 붕괴 될 때 같이 깔린 임정아를 통해서 판자촌 철거와 재개발과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일대기가 한국의 근대화 과정의 주요한 인물들로 어떤 때는 가명으로 때로는 실명으로 연결되어 그 인물이 누구인가를 추리해 낼 수 있어서 흥미로왔다. 흔히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정치의 장막 뒤에 숨겨진 비화들을 끄집어낸 작가의 상상력과 추리력이 대단하다.
우리가 박수를 치는 사이 위정자들은 국민을 기만하면서 제 뱃속을 채우는데 열심했구나.
결국 제목처럼 하나의 꿈이다. 그 몇몇 사람의 야욕과 담함과 협박에 의해 우리 정치와 경제가 움직여졌다는 것이 50여년의 근대사가 어쩌면 꿈인 것처럼, 꿈을 꾸는 것처럼 이어져 왔다. 작가는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허무를 느끼는 건 왜 일까?
삶이란... , 인간이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