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에게
k형에게
k형!
장마로 한동안 서늘하더니,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 되려나 봅니다.
여름은 더위에 지쳐 의욕이 꺾이고 만사 짜증이 나고 귀찮아지는 때이기도 하지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육지에서는 폭염주위보가 발령되고,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는 말처럼 지혜롭게 건강을 유지하셔야겠지요.
k형!
지난 번 주석에서 만났을 때 K형의 화두가 자꾸 떠올라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그때 k형은 요즘 시대 문학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셨죠?
책을 만들어도 팔리지도 않고 읽는 사람도 없고,
원고료도 못 받는 작품 쓰고픈 의욕이 안 생긴다고요.
그때는 그냥 푸념이겠거니 무심히 넘겼던 말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k형의 말에 이제야 공감을 하게 됩니다.
청년실업자가 백만 명이 넘고, 인터넷과 영상매체에 함몰되어
문예반 없는 학교가 늘어나는 오늘의 이 시대에
문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가 절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2000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오싱지엔은 ‘혼자 말을 하는 것이 문학의 출발점’이고
글을 쓰는 동안 이미 기쁨(快感)을 누리고, 보상을 받고 또 위로를 얻기 때문에 그저 쓸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문학의 뿌리를 인간이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인이라고 했듯 자기 긍정이라는 의미겠지요.
허나 문학이 자기 안에만 머무르고 자기 목소리로만 남을 때, 사회 역시 문학을 외면할 겁니다.
그렇다고 문학인이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사회적 책무의 방기를 지나 죄악이라 생각합니다.
문학은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요, 타인에게 공감을 구하는 일이고,
그 공감의 폭이 클 때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이니까요.
물론 자기 확신이 서지 않으면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가오싱지엔의 논리에 따르면 자살행위나 같습니다.
문인은 글 쓰는 게 즐거워야 하는데 문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그 순간부터
좋은 글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자학적이고 상습적 자해중독자가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고통 속에서 자신을 구원하다 보면 세상을 바꿀 좋은 작품도 탄생한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k형! 힘냅시다.
다행인 것은 요전 신문에 20~30대 여성독자가 주류인 문학시장에
50대 남성 독자가 지갑을 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것도 7080세대의 우상이던
조정래, 최인호, 황석영의 신간들 구매자 절반가량이 남성독자들이라는 겁니다.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그들이 누굽니까? 어둡고 긴 터널 같던 군부독재시절에 세계와 정면승부 하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우리에게 한 줄기 빛과 희망을 쏘아올린 작가들 아닙니까?
우리도 부지런히 써 봅시다.
문학의 향기로 온 지구가 덮일 때까지 진득하게 쓰는 일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문학이 사라지지 않는 한 써놓은 다음은 사회의 몫이니까요.
맹하지절 건강에 유념하시고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제주문학 제54호(2011.8.1발행) 권두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