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세상이야기

사랑의 유효기간

강용준 2012. 3. 5. 23:21

 

사랑에 유효기간이라는 게 있을까?

있다면 얼마 동안일까?


이성으로 만나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상대를 위해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쓰고

통화를 하고

꽃을 보내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종일 함께 있어도 헤어짐이 아쉽고

곁에 있어도 그리움이 해갈되지 않을 때 

그걸 열정이라고 한다면...


이성간의 이런 자석 같은 열정은 얼마나 지속되는 걸까?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상대에 대해 알만큼 알고 나면

‘사랑해’

‘행복해’ 라는 말은 점점 잦아들고

짧아지는 통화 시간만큼

짜증과 불만은 늘어나고

설레임 대신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


사랑이라는 달콤한 향기는

몸에 베여 더 이상 유혹의 맛을 잃어버리고

잡아놓은 물고기에 미끼는 왜 주냐고

자존심이 높아지는 만큼

서로에 대한 예의는 작아지고

관심의 센서가 무디어 갈 때쯤

사랑은 식어간다.


그리고 남는 건 지겨움과 귀찮음

관심이 간섭이고 집착이라 느껴질 때

‘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붙잡아 둘 뿐

 

애정은 어느덧 냉정으로 변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18개월이라 했다.

1년 6개월 동안 서로에 집착하다 보면

단물은 다 빠지고

씹어도 씹어도 없어지지 않는 껌처럼

질긴 의무와 체념만이 남는다.


아 사랑이여!

옛날의 아름다운 열정은 주름살 속에 숨었는가?

단순함이여,

가벼움이여,

싸가지 없는 변덕이여,

이기적인 심장이여

이게 사랑이란 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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