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세상이야기

첫 출사를 다녀오며

강용준 2012. 6. 20. 20:33

 

 

 

사진을 배우기로 하고서 회원등록을 하고서도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출사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핑계같이 주말마다 꼭 무슨 행사나 경조사가 잡혀 있어서.

 

헌데 마침 1박 2일 추자도 출사를 간다기에 만사 제쳐놓고 따라 나서기로 하였다.

지도 선생님을 포함하여 일행이 7명.

 

추자도에는 참굴비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내겐 모두 초면이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동호회원이라는 것때문인지

금새 친해졌다.

헌데 장비들이 만만치 않다.

내가 가지고 간 건 장난감같았다.

 

축제를 한다고 했지만 일행들은 좋은 사진 한 장 건지자는 일념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었다.

저녁을 일찍 먹고 축제장이 있는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높른 산 위에 올랐다.

일몰은 짙은 안개가 삼켜버리고 어슴프레한 노을이 우릴 희롱하고 있었다.

 

항구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고 11시가 가까웠는데도 멀리서 음악소리는 끝이 없이 들린다.

 

산 위에서 이슬을 맞으며 꼬박 3시간여를 기다리고 서야 폭죽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3분여동안 쏜다던 뿔꽃은 1분여나 됐을까?

서너 번 셔터를 누르니 끝나버린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 야참을 먹고 잠자리에서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아침 일출을 찍기 위해 4시반에 기상이란다.

잠깐 잠이 들었을까?

모닝콜이 울리는데 깨어나보니 4시.

참 부지런도 하다.

눈꼽을 떼는 둥 마는 둥 차위에 오르니 어제 봐 두었던 포인트를 찾아

차는 산을 오른다.

과연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산에서 바라본 바다는 잔뜩 해무가 꼈다.

이거 어제 일몰처럼 낭패로구나 하는데

지도 선생님이 농담으로 초조한 마음을 달래준다.

출사 신입생이 뒷심이 있으면 해가 뜰 거란다.

은근히 걱정을 하는데 여명이 붉게 하늘을 수놓는다.

해무는 점점 짙어지는데 해가 구름사이로 떠올랐다.

모두가 탄성을 지른다.

 

이렇게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얻기가 힘 든 것이로구나.

기다림의 예술.

첫 출사에서 많은 걸 배웠다.

인화된 사진을 보고 '좋다'고 느끼면 그냥 사진이고,

감동을 느끼면 작품이라 했다.

 

난 작품을 찍는 작가이기 보다

기억하고 싶고 간직하고픈 현상들을  

그리고 시간의 감성을 담는 사진사 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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