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세상이야기

나는 여행체질인가

강용준 2014. 2. 6. 15:05

 

 

 

주변에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낮선 곳, 낮선 풍경에, 낮선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과 기대와 설레임의 연속이다.

여행은 익숙해진 환경을 떠나 낮선 곳의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다.

금년에는 운이 좋게도 세 번의 해외 여행기회를 갖게 됐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늘 느끼게 되는 것은 낮선 곳의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다른 일행과 패키지로 함께하는 여행일 경우 더욱 힘겨움을 느낀다.

시차가 다른 곳에서 해가 뜨기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해가 져서 숙소에 도착하는 일정은 행군이나 다름없다.

특히 룸메이트와의 친소관계, 일행과의 교유와 화합 여부가 여행의 성패를 가름할 중요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이렇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해야 한다.

여행은 걷고 타고 먹는 일의 연속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강행군하는 여정을 따라 갈 수 없다.

버스만 타면 눈이 감겨서 차창을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너무 피곤하면 잠이 잘 안 오기도 하지만 어느 곳에서나 잘 자야한다.

옆에서 코를 골든 옆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든 잠자리가 불편해도

숙면을 취할 수 있어야 버스에서 몰려오는 잠을 물리 칠 수 있다.

오찬에 반주를 하거나 버스에서 음주를 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한참 후에야 알았다.

 

우리가 한 나라를 여행한다는 건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극히 일부지역만을 구경하는 것이다.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면 그처럼 좋은 일은 없지만

패키지의 여행은 일정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얻기 어렵다.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게 차창 밖 풍경이다.

어떤 나라는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한 들판에 집 몇 채가 놓여 있는 곳도 있고,

 나무 우거진 깊고 높은 산중에 마을이 형성 된 곳도 있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과연 그들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까 상상을 해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인데

버스 안에서 잠을 자버리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다.

여행을 잘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

언젠가 여행의 맛을 모른 때 다른 일행에 끼어 인도를 간 적이 있다.

명상의 나라, 수도자의 성지라는 인도는 나에게 고역의 땅이었다.

우선 뜨거운 햇살에 잘 익은 퀴퀴한 소똥 쥐오줌 냄새가 내 감각을 마비시켰고,

식사라고 나오는 것은 모두 독특한 향신료로 버무린 것이라 역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을 먹을 수 없다.

뷔페라고 나오는 건 빵과 치즈와 향신료 섞인 채소들이다.

아무 음식이든 잘 먹어야 한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소화시키는 일도 여행을 편안하게 하는 일이다.

변비가 없던 사람도 시차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변비에 고통을 받기 쉽다.

먹은 만큼 배설하지 못하는 고통, 휴게소마다 변기에 앉아야 하는

그 수고로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여행 체질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긍정적인 사고를 지녀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겪는 불편함이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음식, 잠자리, 교통수단, 가이드의 태도, 눈에 거슬리는 동행객 등.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적응시키는 게 여행의 묘미다.

어차피 자기 돈을 주고 특별하게 마련된 시간인데 그걸 자기만의 시선과 방법으로 창의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참다운 여행 체질이라 할 수 없다.

그간 30여회의 해외여행을 했지만 이제야 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낀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채 한 달도 안됐는데 다음 여행이 기다려진다.

나는 이제 여행 체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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