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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재생은 문화 관광 융합이 해답이다

문화숲에 이는 바람

구도심 재생은 문화 관광 융합이 해답이다

강용준 2014. 4. 16. 13:30

 

몇 년 전 제주시 연동에 신화의 거리라는 말뚝이 박히고 인화동 거리에는 말발굽을 크게 형상화한 조형물이 군데군데 불을 밝혔다. 연동과 신화가, 인화동과 말이 어떤 연관성으로 접목 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식자들 간에는 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리나 도로를 명명할 때는 역사와 전통에 기인하여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서울 인사동과 대학로를 보자. 인사동은 일제 강점 하에 고미술상과 골동품상들이 집성 했던 곳이고 대학로는 서울대학교가 옮겨 가면서 젊은이들의 음악, 연극, 대화의 성지와 같은 곳이 되었다.

도시가 외부로 확장되면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구도심 재생문제가 우리 시대 아젠다가 되고 있는데 당국은 본질을 겉도는 것 같아 우려된다. 우선 왜 구도심을 살려야 하는가하는 명제에 대한 성찰과 철학이 부족하다. 단순히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행정이 시장논리와 흐름을 거스르며까지 개입하는 것은 혈세와 효율성의 낭비다.

구도심은 탐라로부터 이어온 제주인의 문화 중심 터전이었던 곳이므로 재생은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는 데 우선 목적을 둬야 하고 이를 활용하여 사람들을 유인할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감성을 자극할 매력 있는 상품을 창출하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산지포에서 칠성로, 관덕정, 남문로로 이어지는 도로가 옛 도심의 간선이었다. 특히 남문로는 학교, 종교, 향사의 시원지였고 주변에 극장, 방송국, 병원, 문구점, 전통음식점 등이 있던 문화의 중심지였다. 당국에서는 옛 제주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이 일대를 예술의 거리로 명명했다. 그리고 이 일대 빈집을 구해 예술인들에게 5년간 무상 임대한다고 한다. 잘 하는 일이다. 인사동을 롤 모델로 한다고 했지만 필자는 서울 인사동과 대학로를 융합한 특성화 거리로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즉, 소도시의 특성상 공예와 회화 뿐 아니라 공연이 함께 해야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헌데 들리는 바로는 옛 제주의료원 자리에 스마트그리드 관련 시설물을 유치한다고 한다. 이것은 도와 행정시와 국회의원의 생각이 다른 데서 오는 혼선의 결과다. 정부에서도 부처, 정책, 입안자 간 벽을 허무는 융합을 강조하고 있는데 자치도는 하나의 정책에 하나의 목소리를 가질 수 없는 시스템이 문제다.

기실 연동에 만든 바오젠 거리도 구도심 재생을 생각했다면 무근성이나 남문로, 칠성로 쪽을 택했어야 했는데 행정부처 간 소통 부족의 결과라 생각된다.

옛 제주의료원 자리는 대규모 공연장을 만들고 전시실, 또는 문학관, 예술관련 단체 사무실이 입주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 되어야 한다. 빈집프로젝트도 공예·회화 어느 한 쪽에 치우칠 게 아니라 다양한 예술인들이 상주하여 작업하고 예술품을 제작·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화랑이나 수공예품점, 소극장을 유치하는데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제주의 전통음식점도 여러 군데 입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최근에 문화·관광 융합이라는 말이 생겼다. 여기서 융합이란 소비자의 감성과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화·관광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현상으로 의미를 확대 해석한다.

매력 있는 명품 거리를 만들려면 창의적이고 생산성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서 문화상품 시장을 형성해야 하는데, 목관아지에 들른 관광객들이 예술의 거리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도와 행정시, 도의회와 국회, 관광협회 간의 정책 융합이 선결 과제다.

제주논단(제주일보 2014.04. 16)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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