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삶을 즐기자
우리는 얼마나 문화를 즐기고 있을까?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한 일에 바빠서 문화를 즐기는 걸 사치로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전시회를 가고 연극, 음악 공연을 보고 영화관에 간다는 것이 호사가들의 일로만 치부되었다.
그렇게 지금의 5,60대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퍽퍽한 삶을 살아온 세대다.
그래서 자신이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일에 참여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변하다보니 누구나 원한다면 시인도 되고, 연주가가 되는 길이 열렸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문화의 흐름 속에서 ‘문화융성’이란 키워드를 뽑아냈고,
문화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며 문화융성이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부흥의 동력이 된다는 걸 간파했다.
대통령 산하에 문화융성위원회를 만들었고, 문화기본법을 제정하였으며,
지역문화진흥법까지 만들어 전 국민이 문화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문화융성은 협의의 문화예술로 한정되던 문화의 의미를 사회구성원이 만들어낸 정신적, 물질적,
지적, 감성적 결과물의 총체로 규정하면서 문화의 가치를 확대 해석한 것이다.
문화융성위원회는 작년 말 문화가 있는 삶 8대 과제를 발표했다.
인문학 정신의 가치정립과 확산, 전통문화의 생활화와 현대화 접목, 생활 속 문화 확산, 지역문화의 자생력 강화 등이다.
이에 맞추어 지난 2월에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고 그 시행령이 지난 7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적 효력을 갖게 되었다.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생활문화와 생활문화시설의 지원, 지역문화 전문인력의 양성기관 지정, 문화도시·문화지구의 지정지원,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여기서 우리가 눈 여겨봐야 할 대목은 ‘생활 속의 문화 확산’과 ‘생활문화의 지원’이다.
중앙의 문화관련사업이 지방으로 이관되는 추세다.
가히 중앙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든 시골이든 누구나 관심 있는 장르, 그것이 예술이든 취미활동이든 동아리를 만들면 지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어느 지역에선 미술동아리, 문학동아리, 어느 지역에선 제주어연구회, 합창동아리, 기악동아리, 요리연구회,
자수동아리 등이 자생적으로 생길 수 있다.
이를 지도할 전문 인력들이 양성기관에 의해 양성될 것이고, 네트워크를 통하여 각 단체 예술융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가령 제주어연구반과 연극반이 융합하면 제주어연극이 탄생하고, 기악동아리 연주회에 합창반이 합동 공연이 가능하다는 식이다.
마을 마다 정기적으로 문화예술잔치가 열리고, 옆 동네 동아리가 찬조출연하면 그 내용도 풍성해질 뿐만 아니라
마을과 마을 간의 화합도 이룰 수 있다.
문화시설이 빈약 곳은 작은 도서관, 문화의 집 등 시설이 만들어 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이 없어서 문화가 진흥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화지역 선정은 예전에도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나, 선정 규정의 까다로움과 선정 후의 지원에 따른
효율적 성과가 미미해서 흐지부지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법체계가 마련되었으니, 제주도는 발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가령 서귀포 어느 마을은 조각문화지역, 서예마을, 조천읍 어느 마을은 민요마을, 한림읍 어느 마을은 시가 흐르는 마을 등,
지역마다 전통과 역사, 지리적 특성을 살펴 문화지역 선정을 신청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제도 있다. 문화재단과 문화예술위원회는 그 기능과 역할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두 개의 기관이 동시에 마련된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당국이 고민할 문제다.
이제 진정한 문화의 시대가 도래 했으니 우린 이제 문화를 마음껏 즐길 일만 남았다.
제주논단 (제주일보, 2014.08.27.자)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