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나무 가지치기

뮤지컬 소울메이트

강용준 2009. 10. 8. 22:39

제주대학교 문화광장의 초청프로그램으로 공연된 뮤지컬 소울 메이트를 봤다.

우선 이 작품이 제목과 다르게 창작극이라는 점이 나를 끌었고, 최현묵이라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작가의 작품이라는 점과 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낸 이종훈 연출이란 점에서 만사 제쳐두고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무대 구성부터가 깔끔했다.

제목 소울메이트(SOUL MATE)라는 영어 스펠로 무대를 교묘하게 구분한 점과 전천후 연기 변신을 하며 관객을 사로잡은 정실장 역의 연기자가 시종 웃음을 선사하여 뮤지컬의 맛을 살렸다.


그러나 극의 구성이나 내용은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다.

주인공 이은성이 오피스텔을 얻게 된 과정이 작위적인 냄새가 났고, 오랜 친구인 민혜성이 좋아하는 오빠 신주성을 첫눈에 보고 반한다는 설정이나, 백화점 정실장이 나타나 삼각관계가 이루어지는 설정은 너무 상투적이었고, 사랑이냐 성공이냐를 놓고 갈등하는 구조는 신파극 냄새마저 났다.


더욱 맥이 빠지는 건 재미있게 잘 이끌어 오던 극이 갑자기 신주호가 떠나는 장면에서 이은성이 갈등하게 되고 영혼으로 맺어진 친구마저 떠나자 자신을 거울에 비쳐보며 고민하는 마지막 부분이다.

끝 부분에 다시 신주호가 나타나면서 사랑을 택한다는 비현실적이며 어정쩡한 결말이 재미있게 보았던 극에 머리를 갸웃거리게 했다.

소울메이트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극장을 나오는 내내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냥 가볍게 보여주어도 될 것을 마지막에 뭔가 보여주려다 보니까 극은 쳐지고 마무리마저 탄력을 잃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흥겨운 음악에 맞춘 배우들의 가창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으나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공연되는 외국작품에 비하면 훨씬 우리 가슴에 와 닫게 연기자들의 하고자 하는 열정은 대단했다.


오랜만에 뮤지컬을 대하는 기대가 너무 컸나?

주제에 비해 극의 흐름이나 뮤직넘버는 그런대로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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