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TV에서 사람들이 줄 지어 찾는 빵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았다.
제빵의 달인이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는 내내 문학작품을 만들어 내는 나 자신과 비교하게 되었다.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문학을 시작한지 몇 십 년 세월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맛있는 빵, 손님들이 줄 지어 찾는 빵에는 달인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재료 선택과 반죽 숙성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터득되는 것이 아니었다.
밤잠을 설치며 반죽을 하고 온도를 재고 남모르는 노력과 끝없는 시행착오를 거치고야 맛있는 빵이 만들어졌다.
손님들의 기호와 입맛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빵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손님이 많이 찾는 다른 빵집의 빵에 대한 분석을 했다.
손님들에게 한번 신뢰를 얻게 되면 새로운 제품에도 늘 손님이 몰렸다.
제빵 기능 자격증을 얻었다고 누구나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맛있는 빵을 만들었다고 손님 입맛이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유능한 달인에게 같은 수업을 받았다고 해서 똑같이 맛있고 인기 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은
속칭 먹방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남의 빵이 왜 맛있는 지에 대한 분별력을 키운 다음에야 자신 만의 고유한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제빵사가 된 이후에도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면 특별할 게 없는 슈퍼에 널린 패스트푸드 빵이 되어 곧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진다.
빵집 열었다고 언론에 홍보도 하고 주변에 빵도 돌리지만 고객들은 냉정하다.
축하한다, 맛있다고 칭찬하지만 정말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발길을 돌린다.
그래서 동네마다 손님이 몰리는 빵집이 있다면 그것은 제빵사가 남다른 노력으로 맛있는 빵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달인은 어느 날 반짝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고 꾸준히 연구한다는 걸 배웠다.
이에 비해 우리 문학인들은 어떤가? 물론 창작 기술이 하루아침에 습득되는 것은 아니다.
끝없이 습작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시 쓰고 고친다. 고전으로 남아 있는 동서양의 작품들을 섭렵하면서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인기 있는 작가의 작품을 읽고 분석하면서 문학의 트랜드를 익혀야 비로소 문학의 흐름과 독자들의 기호를 이해하게 된다.
빵이 음식의 대유라면 예술을 대표하는 문학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한다.
창작집을 낼 때마다 히트를 치는 유명 작가들은 그들이 이미 천재여서가 아니라 꾸준한 분투 노력을 통하여
자신만의 창의적인 노하우로 독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독자들의 기호만 좇을 수는 없지만 흐름을 알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구태의연한 작품을 쓰게 되고
결국 독자들의 시선에서 멀어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요즘처럼 문학잡지사가 양산해낸 문인들이 많은 시대에 작품집 한두 권 냈다고,
심지어 개인 창작집 한 권 없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 앞에 시인, 수필가를 붙인다고 다 문인일까?
맛있는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나 홀로 문인들이 많다. 문제는 이들이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지 않는 데도 있다.
기존 문인들의 작품을 외면 또는 방관하기 때문 문인들이 많이 불어났으면서도 서점에선 책이 팔리지 않는다.
문학적 소양과 기본이 부족한데도 덜 익은 작품을 묶어 책을 만들기 때문 독자들이 외면한다.
빈곤의 악순환이 문학의 위기를 만든다.
빵집의 성패는 생존에 관한 문제지만 문학을 생존의 이유로 생각하는 문인들이 얼마나 될까?
오늘도 맛있는 작품 창작을 위해 고뇌하고 사유하는 문인들의 열정이 있기에 문학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건 아닐까.
제주시론(제주신보. 2016.5.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