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숲에 이는 바람

제주지역 문화활성화를 위한 문화정책 시스템의 보완

강용준 2017. 5. 13. 11:33




UCLG(세계지방정부연합) 세계문화정상회의 제주세션 발제문

2017512일 제주문예회관소극장

 

제주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정책 시스템의 보완

 

강용준(극작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 시대적 배경

역사적으로 최고 권력자의 취향이나 관심에 따라 문화 환경은 영화와 쇄락의 부침을 거듭해 왔다. 조선조 때만 해도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영정조시대가 문예부흥기로 불렸다.

2012년 주5일제 근무가 전면 시행되면서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이를 창조경제와 맞불려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문화기본법과 시행령을 만들고, 대통평 직속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에서 8대 과제를 만들었다. 그런 취지에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하여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문화를 일반 대중들에게 파급확산 하는데 노력하였다. 허나 정작 문화예술인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통제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그 빛이 바랬고 결국 탄핵이라는 철퇴를 맞기도 했다.

원희룡 도정이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라는 도정과제를 내걸면서, 제주문화예술위원회를 만들고 협치를 강조하면서 현장예술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원 도정은 문화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6가지 공약을 내세워 산지천 탐라문화광장 조성, 제주문학관건립 기초연구용역 채택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 과제와 문제점

이러한 도내외의 문화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대학을 비롯한 각종 문화단체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강좌 편성과 작은 도서관, 마을회관, 문화의 집 등 지역문화센터를 활용한 문화예술 강좌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문화향유권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행위와 영역이 제주시 편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개인적 범주, 혹은 동호회 활동에 머무르고 있어 이를 활성화 할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문화예술단체의 역할보다도 기존 문화예술정책 시스템을 재편 또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화예술진흥에 대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 대응전략

문화적 지형과 환경이 변하고 있다. 최근 1년에 1만 명이 넘는 이주자들이 제주에 둥지를 틀고 있다. 문화이주자의 다양화, 다문화 가정의 확산으로 제주도에 걸맞은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맞게 문화정책과 시스템도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본고에서는 문화예술 컨트롤 타워와 컨설팅 역할을 할 문화정책기획실의 신설과 예술동아리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원과 활성화의 구심체 역할을 할 생활예술매개자(FA, Facilitating Artist)의 양성과 생활문화예술협의회의 창설을 위주로 제안을 하고자 한다.

 

 

2. 문화 환경의 대내외적 변화

 

. 문화기본법과 문화향유권

201312월 제정된 문화기본법은 모든 시민이 문화를 누릴 권리를 밝히고 문화의 가치를 사회영역 전반에 확산시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문화격차 해소를 통해 국민 모두가 문화로 행복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국민의 문화적 권리와 국가의 책무 등을 명시하는 법률을 제정함을 밝히고 있다. 문화기본법은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할 문화향유의 권리를 밝히는 것이다.

 

. 지원정책의 변화와 협치 시대

근래에 들어 문화지원 정책의 큰 변화의 흐름이 있다. 과거 예술가들을 직접 지원하는 공급자 지원 원칙에서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공연장, 전시실 대관 등 창작공간을 확보해주는 매개 영역으로 지원 정책이 전환됐다.

또한 최근에는 예술단체 및 예술가 지원 위주 정책에서 수요자 중심 정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래서 소외 지역과 생활예술에 대한 프로그램과 예산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방화 시대에 맞춰 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해오던 핵심 사업들은 지역협력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각 시도로 이관 되고 있는데 지원의 효율성 차원에서 대부분 문화예술재단이 맡고 있다. 또한 금년부터는 단체나 개인에게 주는 모든 국가 보조금을 기획재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앙정부, 예술위원회, 지방정부, 지역문화재단 4개 지원 주체가 각

기 정책을 협력 분담하는 한국형 협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면서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정책도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치의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 지원 방법의 다양화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재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가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부담금이다. 11의 매칭시스템이다. 즉 국가에서 1억 원을 내면 지자체에서도 1억 원을 내놓아 지원한다. 이런 상황에 따라 지방정부는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나 예술인들에게 50%의 자부담을 지도록 했으나 최근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경우 자부담을 전부 없앴다. 예술인들의 재정 부담이 그만큼 덜어졌다.

과거에는 예술단체나 예술인,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중앙의 문화예술위원회와 지방정부 또는 지역 문화재단을 통하여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지역문화재단이나 공모를 통한 문화원 등 지역문화단체를 통하여 지원한다.

또한 과거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지원사업 중심이었다면 근래에 와서는 문예진흥사업과 정책기능 외에 전문적 문화예술교육사업과 문화복지사업, 예술창작공간조성사업들로 사업영역이 다양화 되고 있다.

 

 

3. 문화정책기획실의 신설

 

. 기존 문화정책 시스템의 한계

현재 제주도의 문화행정체계는 문화체육대외협력국 산하에 문화정책과가 담당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문화정책, 문화산업, 문화예술, 종교, 김창렬미술관 담당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은 주로 담당사업에 대한 실무 추진이나 행정 지원을 할 뿐 문화정책을 기획하고 총괄 할 전문가들은 아니다.

도 산하에 문화예술위원회가 있지만 이 구성원들은 문화예술 행정 사업에 대한 협의와 조언을 하지만 경영과 기획에 있어 전문가 그룹은 아니다, 또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있지만 이사회의 역할 역시 실무자들이 만든 사업만 다룰 뿐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거나 창의적인 사업을 제안 컨설팅해 줄 기구는 못된다.

 

. 컨설팅 조직의 기능

문화의 세기, 문화의 도시에 밀려드는 각종 문화예술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주문화예술정책을 컨설팅하고 총괄할 컨트럴 타워가 필요하다. 여기에 현실감각을 갖추고 현장성을 갖춘 젊은 인재들로 문화정책기획실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 기획실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예술 경영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사람 10인 이내로 구성하되 도지사나 문화예술재단이사장 산하기구로 단순한 자문과 협의기구가 아닌 실무를 겸비한 컨설팅 팀이어야 한다.

정기적인 회합을 통해 국책문화사업,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한 제주문화예술의 중장기계획, 원 도정의 문화예술부문 공약인 문화콘텐츠산업육성 계획, 문화예술의 섬 환경조성 계획, 문화예술거리 활성화사업, 공연산업 활성화계획 등의 세부적인 아이디어와 설계도를 만들어야한다.

 

. 컨설팅 팀의 역할

이 컨설팅 팀은 문화예술전반에 대한 싱크 탱크의 역할을 하며 마을 축제의 기획이나 각종 문화예술행사에 대한 컨설팅에 자문하게 한다면 지역문화는 체계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술가들의 도정참여의 기회를 주면서 협치의 정신도 살릴 수 있다.

문화정책기획실의 역할은 이것만이 아니다.

제주 지역의 문화예술지형을 보면 어느 지역은 민요나 민속놀이에 특장이 있고, 어느 지역은 시인들이 많고, 어느 지역은 전통적으로 서예가들이 많으며, 또 어떤 지역에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처럼 읍면동별 특장장르를 찾아내어 지원하는 컨설팅 작업도 필요하다.

요즘처럼 이주민들이나 다문화가정이 정착한 지역마을에선 제주도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들도 엄연한 제주도민이다. 이들을 아우르고 제주인으로서의 동질성을 가지게 하는 것도 문화예술교육이 가장 효율적이고 유용한 방안이라고 본다. 이들을 위한 제주어교육, 제주역사바로알기 등도 읍면동별 강사를 파견하여 원하는 사람에게 제주를 알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교육콘텐츠나 수업 모형, 장단기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도 문화정책기획실이 할 일이다.

이주민들 중에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예술인들도 많다. 이들을 찾아내어 지속적으로 활동하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화합하면서 제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문화정책기획실의 몫이다.

 

 

4. 생활문화예술협의회의 창립

 

. 배경과 필요성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정책이 공급자 중심에서 향유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동기부여 받은 자들이 이제 컨슈머(공급자이며 수요자)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요즘 문화를 향유하는 형태나 양상을 보면 아주 다양하다. 여가 시간을 체육활동으로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화강좌 등을 통하여 예술 활동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 창작 강의를 듣거나, 동화구연을 배우거나, 서예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든지, 주부연극반에 참여한다든지, 색소폰을 배운다든지 하는 사람들은 전문가가 되기 위함 보다도 자기만족이나 자기개발을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는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작 배워놓고도 그 소질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 성취욕구가 반감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요즘은 그나마 많이 나아저서 동아리를 만들고 활동계획서를 시의 담당부서에 신청하면 약간의 지원금도 나온다고 들었다.

생활문화예술이 확산되고 활성화 되려면 이들의 활동을 유기적으로 지원할 구심체가 필요하다. 기존의 예총이나 민예총이 전문예술가를 위한 단체라면 생활체육처럼 생활예술을 위한 단체도 필요하다. 이들을 활용하여 문화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가칭 생활문화예술협의회의 창립이다.

전문가 중심이 아닌 아마추어 예술동호인들의 활동을 매개해주는 생활예술매개자를 중심으로 한 단체다. 이는 기존의 종합예술단체와 상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윈윈할 수 있다. 기존의 예술가들은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고 동호인들은 전문가들의 후원자가 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될 수 있다.

 

. 생활예술매개자의 기능과 역할

생활예술매개자들은 시민의 예술활동을 촉잔사키는 전문가를 말하는데 이들은 각 마을의 인적자원, 공간 자원, 기획과 홍보매개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섹스폰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연습공간을 마련해 준다든지, 클래식이나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온라인 카페를 활용하여 대화 서클을 운영한다든지, 동네 개인 집의 거실을 이용하여 음악 감상이나 시낭송들을 개최하고 대화를 하도록 기획하고 홍보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마을마다 조직된 예술관련 동아리들을 네트워크 화 하면 동아리 간 예술융합을 시도할 수 있다.

가령 민요반과 제주어 학습반이 공동 무대를 만든다든지, 색소폰 공연에 문학동아리가 협연할 수도 있겠고, 문학 동아리 행사에 동화구연반이나 악기동호회 등이 협찬할 수도 있겠고, 각종 악기연주자들을 모아 악단을 운영할 수도 있다.

이들을 활용하면 마을축제가 한층 더 다양해 질 수도 있다.

생활문화예술협의회는 이들 생활예술매개자들을 교육하여 양성하는 일이나 필요로 하는 각 지역에 전문가를 파견하여 그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방과 후 학교 강사 중에서 각 분야의 우수 전문 강사들을 선정하여 지역으로 파견하여 각종 예술강좌를 개설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몇몇 이웃간 예술활동의 개최, 마을 별 생활문화예술제를 개최하고 일 년에 한 번쯤은 전도의 예술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생활문화예술축제를 시행할 수도 있다.

 

. 조직 간 네트워크

동네별, 장르별 동아리를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다. 제주도는 각 지역마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금세 활성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 가령 읍면동 별 가요동아리, 스토리텔링 동아리, 문학창작 동아리, 민속놀이동아리 등 예술동아리를 만들고 이들을 생활문화예술협의회가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지원할 수 있다.

 

5.

 

마을이나 도시의 품격은 문화의 수준에서 결정된다. 문화기본권이 제정되면서 문화를 즐기는 것은 권리가 되었다. 그리고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려는 시민들이 많아졌지만 동기부여가 없으면 욕구마저 생기기 어렵다.

특히 제주시에 편중되어 있는 문화예술행사가 농어촌 지역으로까지 파급되어야한다. 이를 위해서 마을마다 문화예술동아리 조직이 필요하며 또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활문화예술협의회가 필요하며, 그런 계획을 설계하고 지원할 컨설팅 팀이 있어야한다.

관민이 함께하는 협치의 문화행정이 이루어지고 도민들이 문화예술로 즐거운 나날이 된다면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제주는 살고 싶은 품격 높은 도시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새 대통령은 부디 문화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예술인을 아끼고 지원하는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