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벤치

사랑의 이름으로

강용준 2022. 3. 14. 13:02

 

           

           사랑의 이름으로

                                        김승립

 

우리가 사랑을 꿈꾸지 않더라도

비는 내리지 우리가 사랑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꽃은 피고

바람은 발걸음을 살금살금 옮겨놓지

우리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더라도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은

제 힘껏 삶을 살아나가지

그러나 친구여, 세상 쓸쓸함과

고뇌, 안개 낀 날의 방황

갯벌에 처박혀 있는 폐선과도 같이

외홀로 상처 입는 사람들

우리가 어깨 겯고 볼 부비며

허름한 사랑 한 조각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씩 추위를 벗으리

비는 아주 맛있게 내리고

꽃들은 황홀하게 비의 숨결에 취하며

바람은 크고 따뜻한 손길로 모든 것을 쓰다듬으리

친구여, 사랑의 이름으로 우리가

서로를 불러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