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벤치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강용준 2024. 10. 4. 11:31

이명혜 제2시집(2023년6월)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이명혜

 

해넘이 발작

번뇌업 마그마 토악질해 대는

 

어딘가에 들어앉은 진앙지 찾아

내장 깊숙한 곳 내시경 들이밀면

꽃 한 송이 울음 머금은 채

서 있을 거다

 

흔들리는 세상

중심 잡기 위한 몸부림 석양 울음으로 피어나다

마흔 셋 어머니 목숨 걸고 나은 아이

무병장수 기원하신 흔적

아픈 꽃자리 새겨져 있을

 

내 삶의 중심추 반가사유상 돋아날 즈음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던 어머니

섬섬이 수놓은 기도

유리처럼 반짝이는 동굴 벽 암각 또렷이

읽어낼 수 있어

 

반가사유

나직한 울림

화장세계 미소 가만히

머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