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문화브랜드의 조건
국제도시 문화브랜드의 조건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새 정부의 주요예술지원정책 4가지를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국립예술기관의 특성화를 통한 국가브랜드 재창출이었다.
이는 국립예술기관의 제 색깔 찾기를 통해서 대표적 브랜드작품을 개발하고 국가브랜드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2012년까지 168억을 투입하여 39건의 작품을 개발하고 이 를 국가브랜드 작품으로 레퍼토리화 한다는 계획으로 지금까지 많은 성과와 좋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시행 중에 있다.
제주가 생물권보존지역, 세계자연유산 지정에 이어 세계지질공원을 인증 받음으로서, 바야흐로 세계인이 찾는 국제도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에게 내세울 제주의 문화브랜드는 무엇인가?
제주를 대표할 상징 조형물 하나 없다.
국제도시들은 저마다 대표할 수 있는 상징조형물을 갖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 개선문.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싱가폴의 ‘멀라이언’ 동경의 ‘동경타워’, 북경의 ‘천안문’ 등은 그 나름의 역사와 문화, 정신을 대변하고 있으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제주의 상징물을 ‘돌하르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돌하르방’에는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와 정신이 없다. 남방국가의 도시에 가면 비슷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상징조형물은 유일한 것이라야 하는데, 돌하르방은 부지기수로 많다.
제주의 대표 상징물로 내세우기는 부족하다.
그래서 ‘설문대할망’ 조형물을 제안해본다. 제주를 만든 창조의 여신, 그 속에 제주의 역사와 문화와 정신이 깃들어 있지 않은가?
태평양을 바라보고 손짓하는 모습의 거대한 ‘설문대 상’을 서귀포 앞바다의 섬이나 송악산쯤에 세워놓으면 관광명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물론 설문대 상 내부에 전망대를 갖춘 다목적 용도의 공간까지 마련한다면 더욱 부가가치가 높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할 때 즘 되면 ‘세계자연유산, 평화의 섬 제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멘트를 들을 수 있다.
참 좋은 문구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와 현재 가치를 지정한 것이지 미래 가치가 없다.
평화가 제주의 미래 가치일 수는 없다. 오히려 청정(Clean)과 웰빙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도시브랜드의 경우도 국내 유일의 세계자연유산, 국내 유일의 특별자치도를 구현하여 아시아 최고수준의 국제자유도시를 미래를 상징한다고 하여 'only Jeju' 라 했다.
즉 'only'가 핵심 키워드인 셈인데 세계화, 국제화, 지구촌 공동체 지향이 대세인데 우리만 국내용으로 한국 속의 only를 외치는 건 시대정신에도 걸맞지 않다.
또한 ‘창의 서울(Creative Seoul)’, ‘세계 속의 경기도’, ‘Fly 인천’, ‘21C 동북아시아의 해양수도 부산’, ‘아시아문화예술중심도시 광주‘와 비교해 봐도 제주의 슬로건에는 지향과 비전이 나타나 있지도 않다.
제주는 태평양으로 향하는 대한민국의 관문이며 동북아 관광의 허브 아닌가?
환태평양을 바라보고 세계 속의 제주를 내세울 수 있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문화의 핵심 키워드는 미래지향적이고 가치지향적인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다른 국제도시와의 차별화를 위해선 전략적 타켓이 필요하다. 그것이 문화 경쟁력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설화와 역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나 총체극을 만들어 상설 공연하는 것도 국제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재창출하는 방법이다.
중국 항주를 방문하여 ‘송성천고정’이란 가무쇼를 관람한 사람들은 그 연출 내용과 스케일에 모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놀란다.
송나라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 까지 역사를 다룬 이 공연 작품은 기백명의 출연진 스텝진이 만들어 가는데, 미리 예약을 안 하면 보기 힘들정도로 인기 있다. 3천여 석은 넘은직한 극장 안에 관객들이 꽉 차는데, 하루 3-4회 공연을 한다.
왜 우리라고 안 되는가? 1천년의 탐라 역사가 있는데...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는 만들어진 것보다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주일보 2010.10.26. 제주논단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