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나무 가지치기

바쁘다 바뻐

강용준 2010. 11. 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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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달간 장기공연을 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공사적으로 바쁘기도 했고 폭소코메디 작품이라 해서 그다지 생각도 내키지 않았다.

헌데 우연히 마지막 날 낮 공연을 관극할 기회를 가졌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우선 백 여석의 객석이 꽉 차 있음에 놀랐다.

장기공연에도 이 처럼 관객이 많다니... 

기획자는 하루 평균 80명 이상 씩 관객이 들었다고 했다.

육지에서 20년 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라 입소문을 들었는지,

TV광고의 영향인지, 아마 두 가지가 결합된 시너지 효과인지는 모르지만

 소극장에서 오랜 만에 많은 관객을 보았다.


달동네에 살며 넝마를 줍는 아버지와 아들, 한쪽 팔이 없는 사위와 임신한 장녀,

껌팔이 하는 열다섯 살 딸과 봉투를 부치며 사는 어머니 등 여섯 식구가 벌이는 이야기다.

각자의 직업과 생활을 소개하며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 재산인 고철대금을 가로채고 도망가 버린 고철상 때문에 좌절하게 되나

그것을 계기로 꿈을 찾는 여행을 한다.

황금만능주의의 이기주의적인 사회에 교육의 문제까지 시니컬하게 꼬집은

이 연극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요소들을 엮으면서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까지 적절하게 담고 있어

관객들의 마음을 다소 시원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무리 바쁜 세상 자기만 생각하지 말고 어려운 이웃도 살피고

남도 배려하면서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는다.


20년 간을 꾸준히 한 작품으로 전국을 돌며 공연하고 있는 저력은 무엇일까?

가난한 사람이야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그들의 건강한 삶이 웃음을 만들었고,

당대의 현실적인 문제에 맞춰 뒷부분을 개작해서 부담 없이 보고

 배꼽 잡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온 덕이고,

거기다 광고 등 기획력의 노력 탓이다.

숱한 시간과 열정을 들이고 만든 작품을 2-3회 공연으로

막을 내리는 제주 연극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을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