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우리가 커다란 조직폭력의 세계를 다룬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북쪽은 원래가 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1인 지배 체제이니 조폭의 생리와 다를 바 없다.
보스의 심기를 거스르면 그 자리에서 끌려가 공개처형 당하는 공포의 사회다.
장성택 사건을 보면서 북한은 인륜도 인정도 저버리는 오로지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임을 실감한다.
할아버지 시대부터 40여년을 봉사해 온 고모부를 치밀하게 조작된 죄목 하에 붙잡아 가서 혹시나 장성택을 동정하는 세력,
특히 중국이 구원을 요청할까봐서 형식적인 법정에 세워 속전속결로 인민들이 보는 앞에서 90발의 기관총을 난사하여
형체도 없이 처형해 버린 사실이 영호가 아닌 끔직한 현실이라니.
하긴 그건 그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에게서 학습한 것이지만 선대들 보다 더 잔인했다.
김일성이 박헌영 일당을 숙청하는 방법이나, 김정일이 숙부인 김성주를 숙청하는 과정도 이렇게 잔인하진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살인을 밥 먹듯 하는 북한 세상이 무섭고
그런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이 안타깝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정치판도 거의 조폭 수준이다.
자신들의 보스를 물러가라 했다고 해서, 공포정치를 감행한 보스의 선친을 비난했다고 해서
한 사람의 반대자도 없이 155명의 이름으로 제명결의안을 냈다니
이게 G20정상회의를 개최한 선진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것도 시급한 예산심의나 합의로 구성한 국정원개혁특위도 개점 휴업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서
두 의원의 자진사퇴를 외치며 전국을 돌며 시위를 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여당의 수준이라니.
참으로 이런 나라 국민으로 사는 게 창피하고 부끄럽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다.
그리고 그들은 300명 중의 한두 명인데 그들을 숙청(?)하려고 거대 여당이 벌떼처럼 일어서다니
정말 해외토픽에 오르고도 남을 일이다.
그렇다고 두 의원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분명 그들의 주장은 선정적인 면도 있고 선동적인 측면도 있다.
그리고 비명횡사한 부친을 노골적으로 끄집어내어 가슴 아프게 한 비인도적인 행동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람들은 세상이 유신시대로 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한다.
국가권력기관을 이용하여 대대적인 선거운동을 했던 정황이나,
수적인 우세를 내세워 자기들 마음대로 국회의원을 제명하고자 하는 수법이나
전국을 돌며 국민을 선동하는 행위나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았던 일 등이 모두 공안통치 공포정치를 했던 유신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세상이 좀 더 너그럽고 여유로워졌으면 한다.
권력을 가진 자가 포용의 관대함을 보여주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정치가 보스의 심기를 향하는 게 아니고 국민을 향하는,
국민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눈물을 씻어 주는 그런 대한민국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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