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문화숲에 이는 바람 75

누구를 위한 기초차지제의 부활인가

분할 보다 통합이 시대정신이다  행정체재 개편은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해야 한다. 제주시 47만여 명의 인구를 꼭 두 개로 나누어야 할까? 정확히 말하면 분할이 아니라 두 개의 시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에는 50만 명이 넘는 시(구)가 단일 행정체재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 기존의 행정체계를 분할하여 두 개의 시를 새로 만드는 것이 미래 사회를 위해 생산적이고 효율적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시가 분할되면 시의원 등 공무원 수는 많아져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다. 공무원 수만 많아지는 게 아니고 그들이 근무하는 공간도 늘어나게 되고, 시청, 교육청, 시의회, 경찰청, 보건소, 소방서 등 행정기관이 신설되어야 한다. 그리고 체육회, 문화예술단체 등 전국적 조직과 연계되어 있는 ..

김만일과 시대정신

2024년 11월 7일 제주 아젠토피오레컨밴션센터에서 열린 주제발표문헌마공신 김만일과 시대정신 강용준(극작가/소설가) 1. 제주는 왜 말의 섬인가 가. 천사방성과 몽골 1273년 고려의 적통을 주장하는 삼별초가 제주에서 항몽 항쟁을 벌이다 여몽연합군에 의해 패퇴하였을 때, 몽골은 제주도를 고려의 통치권에서 제외하며 관리를 파견하여 1백년 동안 직접 통치했다. 왜 그랬을까? 일반적으로 일본을 정벌하려는 야심 때문이라고 알려졌지만, 몽골은 제주가 말의 섬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하늘의 별들을 28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대표적인 별들을 수(宿)라고 했다. 그들을 7개씩 묶어 동서남북 4개 방향으로 나누었는데, 이들 중 맨 처음 등장하는 동방 7수의 별자리를 연결하면 용 모양이 되므로 이를..

탐라국부터 관광개발까지...‘제주다움’은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나

기자명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입력 2024.09.19 13:15 [문화예술 콘텐츠, 꿰어야 보배] ③강용준 작가에 듣는 ‘제주 문화 콘텐츠 개발의 조건’바야흐로 ‘콘텐츠’의 시대다. 온라인에 최적화된 국산 만화를 세계 곳곳에서 즐겨보고, 골목길에서 하던 놀이가 드라마에 쓰이며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다. 섬 안에서 평범하게 여기던 제주해녀도 공연·음식을 접목시키자 주목받는 콘텐츠로 떠올랐다. 네트워크와 모바일이 지구를 뒤덮은 오늘 날, 우리가 미처 모르던 ‘우리 것’이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제주 문화·예술이 콘텐츠화 되는 과정 속에서 어떤 토대가 필요한지 [제주의소리]가 연속 기획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제주 문화를 소재로 한 예술·콘텐츠 창작에..

송당 마불림제

2024 송당 마불림제 상차림(2024.08.16)  마불림제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의례이다.원래는 목축 신인 정수남을 위해 목축농가에서 말을 불리기 위한 기원제의로 행해졌으나, 현대에는 장마가 끝난 뒤 곰팡이가 핀 옷을 말리면서 오곡번성, 해물풍성, 사업번창, 가내 평안을 비는 내용으로 바뀌었다.음력 7월 보름 자정에는 테우리(말이나 소를 키우는 사람) 코사를 지냈는데, 말 농사가 쇠퇴하자 백중제로 바뀌었다.백중절은 불교와 도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제의로 죽은 자의 혼을 위로하는, 또는 바쁜 농사 일을 마치고 농기를 씻고 머슴들을 쉬게 했다는 여러 설이 있다.세월이 지나면서 마불림제도 날짜가 고정되지 않고 7월 보름 까까운 날을 마을 공동체에서 정하여 열린다.송당 마불림제는 송당리마을제의 일환으로 ..

해남과 제주, 그리고 김만일

해남과 제주, 그리고 김만일강준(극작가/소설가)  조선 시대 해남은 전라우도수군절도사영(전라우수영)이 자리했던 곳으로 지금도 문내면에는 영성 등 그 사적이 남아 있다. 전라우수영은 임진왜란 시기에는 8관 13포가 있었다. 나주목, 영광군, 함평현, 영암군, 해남현, 무안현, 진도군, 장도호부가 8관이며 목에는 목사, 군에는 군수, 현에는 현감, 부에는 부사가 관할 했다. 그리고 서해와 남해의 포구를 중심으로 임치진(무안군 해제면), 목포, 다경포(무안군 운남면), 법성포(무안군 해제면), 검모포(부안군 진서면), 군산포, 가리포(완도군 완도읍), 회령포(장흥군 회진면), 마도(강진군 마량면), 이진(해남군 북평면), 어란포(해남군 송지면), 금갑도(진도군 의신면), 남도포(진도군 입학면) 등 13포에 진..

남도 찾은 작가들 "나 스스로를 유배하고 싶었다"

입력2024.06.05. 오전 10:15 박준수 기자 박희정·채정·강준..해남 백련재서 집필화순 능주역, 조광조 유허지 등 일대 답사남도 땅 역사문화 숨결 호흡하며 작품구상낯선 곳에서 새로운 문학의 돌파구 모색▲화순 능주역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들. 왼쪽부터 강준 소설가, 박희정 시조시인, 채정 소설가, 박노식 시인                      ▲화순 능주 소재 조광조 유허지 애우당에서 문화해설사들과 함께한 작가들                       ▲조광조 선생 유허비를 살펴보는 작가들 녹음 짙은 초여름, 경전선 철길이 길게 뻗은 화순 능주역에 방문객 몇 명이 나타났습니다.하루 왕복 5차례 시속 60㎞ 느린 디젤기차가 지나는 이곳은 승객은 거의 없고, 간간이 관광객들이 찾아와 호기심 어린 눈..

제주 연극 발전의 새로운 동력...제주극작가협회 공식 창립

제주 연극 발전의 새로운 동력...제주극작가협회 공식 창립 기자명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입력 2024.02.19 15:04 20일 창립총회, 초대 회장 강용준...재경 제주 연극인 포함 11명으로 출범 제주극작가협회 창립을 기념하며 발간한 첫 번째 작품집 표지. 제주 연극계 발전을 위해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제주극작가협회’를 결성한다. 제주극작가협회는 20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린다. 제주극작가협회 창립 회원은 강용준, 강재림, 강제권, 장정인, 성미연, 송정혜, 신혜은, 최고은, 최성연, 전혁준, 홍서해 등 모두 11명이다. 제주에서 극단이 아닌 연극 관련 단체는 제주연극협회 다음으로 제주극작가협회가 두 번째다. 제주극작가협회는 원로 극작가 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작가의 산실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강용준(극작가/ 소설가) 왜 조용한 집을 놔두고, 낮선 곳에서 글을 쓰는가?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작가마다 취향과 습관이 다 다르다. 어떤 작가는 자기 집 안방에서 글을 쓰는 서재로 갈 때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외출복 차림으로 간다고 했다. 나는 집을 떠나야 글이 된다. 노마드 처럼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색다른 정보를 얻고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는 즐거움이 내겐 자극이 된다. 이것이 집을 떠나는 이유다, 사슬처럼 얽힌 인간관계와 발목을 붙잡고 있는 일들에 얽매어서는 작품에 집중할 수도 없다. 십여 년을 전국에 있는 문학 레지던시를 찾아다녔다. 지금은 없어져 버린 인제의 만해마을과 증평의 21세기 문학관은 각자 나름의 운치와 특장을 지닌 창작실이었다. 세 ..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글을 낳는 집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10여 년을 전국에 있는 문학 레지던시를 찾아다니다가 처음으로 전남 담양에 있는 ‘글을 낳는 집’(이하 글집)을 찾아 3개월의 입주를 허락받았다. 대부분 도시와 가까운,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편의 시설이 있는 여타 문학 레지던시와는 다르게 산중에 위치한 곳이다. 차로는 화순온천이 10분 거리에 있고, 산길을 돌고 꺾으면 15분 거리에 대덕면, 창평면, 고서면, 곡성군 옥과면이 있다. 시내버스가 하루 다섯 차례 글집 앞을 지나간다. 고서면을 돌아서면 소쇄원과 가사문학관이 있는 가사문학면이 20분 거리에 있어 선현들의 글향기가 화수분처럼 피어올라 떠다니는 곳이다. 담양은 예로부터 가사문학의 출발지이며 중심지였다. 가사문학의 효시라는 정극인의 상춘곡이 담양에서 만들어졌고..

김종현과 사진 제주 초가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강준(극작가/소설가) 50년 전만 하더라도 하늘과 맞닿은 지상의 선은 타원형의 곡선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육지에서도 초가지붕이 있었지만 제주에서는 오름의 선과 더불어 아름다운 타원형의 곡선이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고 여유 있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좁고 천정이 낮은 집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의아하기도 하지만 서로 보듬어 안고 보살피면서 오순도순 정겹게 살았다. 제주의 초가는 육지의 그것과 구성 방식에서 조금 다르다. 비바람 때문에 천정을 낮게 지었고 새를 덮은 지붕은 새끼줄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어 맸다. 초가의 집 구조도 안꺼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로 나누어져 있었고, 부모와 큰 아들네가 함께 살면서도 경제는 독립적이었다. 이렇게 부모와 자식이 독립적으로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