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기억될 2020년이여 안녕
새해가 시작되었을 때 내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부지런히 달려온 열차가 2020년 마지막 정거장에 들어섰을 때 내가 펼쳐든 문학 결산서는 역대급 흑자였다. 2월부터 시작된 바이러스 공세가 내 행동 반경과 생각을 위축시켰지만 용케도 포로가 되지 않은 건 크나큰 축복이기도 했고, 이에 대처하는 변화무쌍한 인간 군상을 목격하면서 내 문학의 주름도 조금 깊어진 듯하다. 4월도 중순이 되어서야 이천 부악문원 창작실 문이 열렸고 매일 숨이 가쁘게 뒷산을 오르며 체중을 줄이듯 생각들을 정리했다. 7월 말 까지 100여 일 동안 스스로를 가두면서 자발적 격리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두둘겨 패고, 죽이고, 미워했던가? 그래도 살아남은 글자들은 그런대로 한 풍경 속에 용해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