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나긴 여행을 시작하며 2026년 10월 1일 아침. 흐림. 기온이 23도를 넘지 않는다. 헐렁해진 신발끈을 다시 조여 메며 가보지 못한 여행길에 오른다. 작년 3월 ‘말은 욕망하지 않는다’를 상재한 이후로 4·3 장편 ‘물마루너머’를 준비하고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원고지 600매를 막 넘겼을 때, 그래서 뭐? 어쩌자고? 하는 회의가 스며들기 시작하자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 여행은 거기서 끝이 났다. 언젠가는 새로 시작하기를 기대하며 파일을 기억의 창고 속에 보관해 두었다. 비유하자면 함께 여행 중인 파트너와 불화가 생겨 말없이 떠나버린, 그 자리를 다른 파트너가 대신했다고나 할까? 아니 내가 변심한 것을 눈치챈 파트너가 말도 없이 떠났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정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