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연극나무 가지치기 42

아웃사이더 본격적 연극무대를 겨누다

아웃사이더, 본격적 연극무대를 겨누다 강용준(극작가/ 소설가) 변종수는 도깨비 같은 사람이다. 사전적으로 도깨비는 ‘비상한 힘과 재주를 가지고 있어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이나 심술궂은 짓을 많이 한다’고 돼 있는데, 연극적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수 있는 연극적인 일은 모두 하는 팔방미인으로서의 도채비(도깨비)다. 그는 실제적으로 「극단 문화놀이터 도채비」 대표이기도 하다. 내가 변종수와 연극작품을 함께한 것은 1989년 「잠수의 땅」을 연출했을 때 배우로 참석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때 그는 젊었었고 사뭇 진지한,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연극인이었다. 그 후 그는 대학에 들어가 연극을 전공하고, 연극영화예술원, 배우학원, 문화센터,평생교육센터, 대학 등에서 연극 강사를 거치고 문화..

생활예술의 참신한 맛을 느끼다

생활예술의 참신한 맛을 느끼다 - 제2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를 보고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연극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이런 명제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을 해준 게 제2회 대한민국시민연극제였다. 행사의 명칭에서 보듯이 시민연극제는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모여서 만든 연극이다. 전문극단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만든 연극을 선보이는 자리가 시민연극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만이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연기자들만 순수 동호인이고 극본이나 연출, 무대 스탭 등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니 연기만 경험이나 개인의 능력 차에 따라 다를 뿐 열정은 전문 연기자에 못지않다. 이 연극제에 참가한 연기자들의 사연도 연극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가를 보여줬다. 시민들이 연극에..

열다섯 편의 연극을 보고 나서

제41회 대한민국 연극제에 출품된 각 시도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15편은 연극을 보기 전에 희곡을 정독했다. 작가로서 좋은 기회였고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수상한 작품들은 탄탄한 구조로 인물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주제의식이 선명한 희곡들이었다. 결국 연출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창의적인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희곡이 좋은 희곡이다. 좋은 연출은 희곡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감동적인 맛있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무대의 세프다. 희곡을 활자화된 그대로 재현해내는 연출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과다한 부분은 도려내면서 자신만의 해석으로 독창적인 색체를 입히는 게 연출의 할 일이다. 그래서 연극을 연출가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를 맞이하며

제주에서 '전국연극제'가 처음 개최된 것은 1992년 제10회 대회였다. 1982년 창설된 전국지방연극제가 2회를 마치고 전국연극제가 됐고, 2010년대를 지나며 서울 팀이 참가하면서 대한민국연극제로 개칭되었다. 2001년에 제19회 전국연극제가 두번 째로 제주에서 개최되었을 때는 집행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기획하며 노심초사했던 감회가 새롭다. 당시는 현대식 공연 시설을 갖춘 곳이 문예회관 대극장뿐이어서 당일 공연팀이 저녁 늦게 무대를 철거하면 다음 팀이 밤을 세워 장치를 시작해 오후 3시 공연에 맞추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와 같은 무대 제작진의 상황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제주도는 버스를 상시 대기시켜 전날 공연이 끝난 팀을 하루 종일 관광을 시켜주어 큰 환심을 샀다. 전국연극제를 아예 ..

제주어와 제주다움을 구현하는 예술. 그리고 도립극단

전기자명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입력 2022.11.09 09:35 2022 제주소재 창작연극 ‘돗추렴’, 가람 ‘해경 무렵’, 공육사 ‘맥베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일까, 올해 제주 연극계는 유독 연말에 일정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교집합으로 묶이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1970~80년대 제주가 배경인 두 작품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무대 위 제주어 사용에 대한 나름의 고민들이 엿보인다. 나아가 제주 문화 전승과 제주어 보전을 위해 도립극단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바로 제주소재 창작연극 다섯 번째 작품 ‘돗추렴’(11.01.), 극단 가람의 ‘해경 무렵’(11.05.~06.), 극단 공육사의 ‘맥베스’(11.03.~1..

해경무렵 공연 기사

제주 바다에 얽힌 공동체 이야기, 연극 ‘해경 무렵’ 공연 기자명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입력 2022.11.02 09:55 댓글 0 제주 극단 가람, 5~6일 서귀포예술의전당서 개최...제주 극작가 강용준 작품 제주 극단 가람은 5일과 6일 오후 4시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연극 ‘해경(解警) 무렵’을 공연한다. 강용준 작, 이동훈 연출. 작품 배경은 지금은 사라져 가는 제주의 전통 풍습, 해경(解警)을 다룬다. 해경은 마을마다 기간을 정해 미역 채취를 금하다가, 대개 음력 3월 초가 되면 채취를 허가하는 풍습이다. 허채, 조문으로도 불린다. 개발붐이 한창인 어느 바닷가 제주 마을, 해경을 앞두고 해녀일과 식당 운영을 하는 막순(배우 고가영)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걱정인데..

고난한 섬의 현대사 버텨온 제주여인 3대의 인생

고난한 섬의 현대사 버텨온 제주여인 3대의 인생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입력 2022.10.21. 11:39 제주의 소리 제주시·제주연극협회, 11월 1일 화요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서 연극 ‘돗추렴’ 공연 대를 이어 깊게 새겨진 제주 공동체의 희로애락과 정을 느낄 수 있는 연극이 온다. 제주시와 제주연극협회(회장 정민자)는 11월 1일 화요일 오후 4시와 7시30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연극 ‘돗추렴’을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제주시가 지원하는 2022 제주소재 창작연극 사업의 일환이다. 그동안 ▲홍윤애(2018~2020) ▲강평국(2021) 등 제주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을 창작하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해 공연작 ‘돗추렴’은 제주 출신 극작가 강용준(제주문학관 명예관장)..

해경무렵

일년에 한편 초연작 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금년엔 운 좋게 일주일 사이에 두편이 올라간다. 작의 화해, 인간애의 아름다운 하모니 마을마다 금채기간을 정해 미역 채취를 금하다가 대개 음력 3월 초가 되면 채취를 허가하는데 이를 해경(解警, 허채, 문)이라 한다. 제주사람들에게 4․3이란 현재도 치유되지 않은 아픔의 역사다. 가해자건 피해자의 가족이건 그 앙금은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 한 마을에 살고 매일 얼굴을 대하면서도 누구도 꺼내기 두려워하는 얘기를 바다의 끈질긴 생명력과 해경이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화해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인데, 폭력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났지만 누구하나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이 없다. 준열한 참회가 없을 때 비극의 역사는 되풀이 된..

돗추렴

돗추렴이 제주소재 발굴 창작연극에 선정되어 무대에 오른다. 작가의 글 육식 본능에 의한 폭력의 양태 육식 동물은 다른 동물을 죽여서 음식을 얻기에 거기엔 생명 살상의 폭력이 필수적이다. 고기를 먹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폭력적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 돗추렴은 필요한 사람끼리 돈을 염출하여 공동으로 돼지 잡는 일을 말한다. 지금은 양돈업체가 많아서 돼지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거 제주의 시골집에서는 집안의 경조사나 살림살이를 위하여 돼지를 길렀다. 돗추렴하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살육의 공개 현장이다. 해체된 고기의 필요한 부분들을 나누어 가지는 일은 원시사회에서 이어오는 전통적 공동체 행사였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도 갑질이라는 이름..

애랑이 넘실을 보고

제주 신화와 역사에 대한 오해 혹은 왜곡 - ‘애랑이 넘실’을 보고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 산하 단체들이 모여서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에서 마련한 종합예술극 ‘애랑이 넘실’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무대는 객석 앞부분을 덮어 돌출시킬 만큼 최대한 넓혔다. 이는 제주도립무용단, 제주교향악단, 제주시합창단, 서귀포시관현악단, 서귀포시합창단을 모두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한 고육책이었으나 성공했다고 본다. 흥겨운 음악과 어우러진 춤, 연기자들의 잘 훈련된 절도 있는 움직임과 계산된 듯한 스웩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의자와 깃대 등 소품 활용이나 조명을 다양하게 활용한 연출기법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목사 역(최종원)의 능청스러우면서도 노련한 연기는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