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은 날
어쩌다 낮에 짬이 생겨
봄 맞으러 서쪽으로 달렸습니다.
한림 한수풀도서관에서 일을 논의하고
아나고 지리탕으로 점심을 먹고
오랜 만에 반가운 이들도 만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모슬포 해안으로 무작정 나섰습니다.
송악산 입구엔 상춘객들을 태우고 온 버스가
즐비하게 서 있어 송악산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멀리서 바라보았더니
마치 사자 머리 같은 절벽아래에선
조공들이 봄을 낚고 있었고
형제섬을 마주하고 있는 갯가 바위에선
형제처럼 다정하게 시간을 낚고 있더군요.
산방산은
부연 안개에 덮였지만 의연하게 앉아
오는 봄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습니다.
제주 남서쪽의 3월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곧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유채꽃 노란 물결이 온 섬을 물들이고
하얀 왕벚꽃 꽃비가 정신없이 흩날리면
봄은 또 그렇게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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