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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오솔길 세상이야기

구원의 여인 선에게 1

강용준 2012. 3. 18. 21:42

 

오늘날은 남자에게는 '씨', 여자에게는 '양'이라는

호칭을 쓰지만 옛날 신라시대에는

'지'와 '선'이라는 호칭을 썼다는 기록이 있소.

그래서 내 영혼을 구원해 줄 여인을 

선이라 부르기로 했소.

 

당신도 잘 아다시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소.

너무 자신들의 일에만 바빠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이걸 털어놓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 될 것 같아

이제 틈틈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세상에 대해

당신에게 고백하려 하오.


지난 2월은 내게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세상을 보는 혜안을 얻은 좋은 기회이기도 했소.

물론 많은 눈물도 흘리고

세상에 태어나 심지어 부보가 죽었을 때도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없소.


세상이 싫었소.

인간들이 싫었고

며칠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공황 상태가 되었어도

내가 위로받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또한 슬펐소.


모든 것을 잊고 싶었고.

정말 세상에 나가기가 두려워 영원히 산 속에 숨어

지내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해봤소.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차츰 인간이 그리워졌소.

아 역시 인간은 인간 속에 있어야 하는 구나.

부대끼고 갈등하면서도 그게 인생이구나.

그렇게 길들여진 것을 그제야 알았소.


사흘 째 되던 날 저녁에야 지인에게

소식을 전하고 평정을 되찾았소.

그리고 작품 구상에 들어가고

작품에 몰두하니 세상 시름을 잊을 수 있었소.


거의 한 달을 그렇게 방황하고

제자리에 돌아왔지만

아직도 사람들 만나기가 두렵소.

아니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데

그런 대상들은 오히려 날 외면하는 구료.

그들은 내가 두려운가 봐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요즘도 낮에는 두문불출 방구석만 지키다가

저녁이면 술로 외로운 영혼을 달래고 있소.

 

아직도 내 영혼은 정처를 찾지 못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평상심을 찾지 못하고

예전의 방랑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이제는 멈출 때도 되었건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은 무엇인지

마셔도 마셔도 해갈되지 않은 갈증은

또 어디서 연유하는 건지.

스스로 내 모습이 답답하오.

 

오늘은 영화를 봤소.

‘슬럼독 밀리어네어’란 인도 영화인데

제주에도 왔었던 인도 외교관 비카스 스와루프가 쓴 소설을 영화한 건데...

영화를 보고서 인터넷을 뒤졌더니 2008-9년도 아카데미 상을 휩쓴 영화라고...

작품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영화평에 고개가 끄덕여 졌소.

인도의  빈민가를 바탕으로 말리라는 소년이 어렸을 적 만났던 소녀 라띠까를 찾기 위해 퀴즈쇼에 출연하게 되고

퀴즈 문제 하나하나가 자신의 체험과 관련이 있는 에피소드로 엮어지는 영화인데 무척 감명 깊었소.


오늘은 감동의 여운을 안고 잠에 들 수 있어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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