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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세상이야기

국정원 대선개입 청문회 유감

강용준 2013. 8. 17. 10:06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특위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의 동행명령장을 발부받고 증인석에 앉은 원 전 원장은 신기남 위원장의 증인 선서 요구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원 전 원장에 앞서 출석했던 김 전 서울청장 역시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재판 중인 사건의 \%!^a방어권\%!^a을 이유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2013.8.16/뉴스1

오랜만에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린다고 해서 내심 관심을 갖고 티브이 시청을 했다.

그것이 작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대통령 후보자 마지막 합동토론 이후

밤늦은 시간에 발표된 그 사건에 대한 경찰의 중간 발표,

즉 국정원 여직원이 대선에 대한 댓글을 단 적이 없다는 경찰의 중간 발표

누가 보아도 대선에 개입하려는 경찰의 의도를 알 수 있는 행위에 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다.

 

헌데, 청문회는 시작부터가 증인들에 의해 열이 식었다.

여야간의 이해득실에 의해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데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들이

첫날에 불출석을 통보하고 청문회가 막바지에 이르는 21일에나 출석을 검토해보겠다는 방자한 태도에

동행명령장발부 등 국회가 할 수 있는 권한을 동원하자 전 서울경찰청장은 출석을 통보하고

전 국정우너장은 생각해보다 16일 오후에 출석했다.

 

한 국가의 안보와 정보를 책임지던 서울경찰국장과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분들인데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태도에 분노 이전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 것은 증인선서 거부였다.

변호사와 충분히 논의하고 한 행동이겠지만 선서 거부는 처음부터 청문회를 무력화 시키겠다는 의도와 태도였다.

자신들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다시 말해 거짓말로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겠다는 안하무인의 태도가 아닌가?

결국 그런 태도는 청문회 내내 이어졌고 자신들이 불리한 사항에 대해서는 모르세로 일관했고,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해 주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심문에는 성의껏 미소까지 지으면서 가증스런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번 5·18 광주 사태의 청문회에서 많은 스타 의원들이 탄생했던 것을 기억하며

사건의 본질을 명쾌하게 밝혀줄 것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

여당 의원들은 태생적으로 증인들을 감싸고 돈다지만 야당의원들은 무얼 했는가?

그렇게 요구하던 청문회가 열렸으면 치밀한 사전 준비로 증인들이 꼼짝하지 못할 증거들을 내놓아야지 않겠는가?

 

증인들이 전면 부인하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만 가지고 확인하려는 차원이었다면 청문회가 무슨 필요 있겠는가?

가령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중간발표 하루 전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1시부터 5시까지 경찰 간부 12명과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영수증에는 되어있으나,

영수증에 기록된 간부 누구도 김 전청장과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계산은 아랫사람이 했기 때문에 김 전 청장은 누구와 점심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말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계산을 한 사람을 사전 찾아내거나 증인으로 채택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이 사건의 핵심을 풀 열쇠라면 말이다.

준비가 치밀하지 못한 야당의원들은 증인들의 모르세 발언에 무기력 했다.

진실규명은 고사하고 오히려 의혹만 부풀리는 꼴이 됐다.

 

보는 시청자들이 더 답답했다.

이런 식으로 증인들이 자기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고 자기 해명에 너스레를 떠는 청문회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증인들의 오만방자한 국민 무시의 태도를 청문회법을 개정해서 막지 않으면

청문회 존립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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