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이나 록 보다는 발라드를 좋아하는데 즐겨 부르는 노래 중 하나가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다.
보통 노래는 가사가 좋아 부르는 노래도 있지만 이 노래는 격정적이지 않으면서도 호소력 있게
슬그머니 이어지는 멜로디에 매력이 있다.
가사의 내용으로 보아 예전에 친구로 만나 사랑을 느꼈는데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떠나겠다는 이야기다.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어색한 사이.
이성간 친구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느꼈을 법한 공감이 가는 노래로 한 때 가요계 휩쓸던 노래다.
올래길이 생긴 후 제주의 관광 풍속도 많이 바뀌고 있다.
변화의 특징 중 하나가 육지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게스트하우스가 제주에는 유난히많이 생겼다.
홀로 여행하는 사람들의 부담 없는 숙박을 위해서다.
게스트하우스 이용 이점 중 하나가 나홀로 만난 관광객들끼리 관광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히 들른 올래길 커피숍에서 40대 초반의 여성 관광객을 만났다.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 한 달에 한 번씩 제주에 오는데 벌써 금년에만 세 번 째란다.
숲속에서는 숲이 안 보인다고 제주에 사는 사람은 정작 제주의 매력을 못 느낀다.
헌데 제주를 벗어나면, 아니 세계에 알려진 미항이라는 델 가 봐도 제주만큼 삽상한 공기와 아름다운 해안선,
맑고 투명한 비취빛 바다를 지닌 곳은 찾기 어렵다.
그 여성이 솔로일 거라는 내 예감은 적중했다.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 솔로들의 공통적인 특징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강아지 등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것과 담배를 피우고 화장을 않는 다는 것,
친구가 별로 없고 옷차림이 너무 개성적이라는 것 등이다.
그 여성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연애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화제가 이어졌는데.
그 여인이 혼자 사는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아픈 과거를 갖고 있었는지 인간에 대한 믿음에 상처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았다.
연인과 친구 사이가 뭐가 다른지 아세요?
남들은 섹스를 하고 안하고로 구분 짓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과 우정이라는 건 감정을 교류한다는 데는 같아요.
헌데 섹스를 한다는 건 복잡한 둘만의 감정이 얽히는 거예요.
남자는 사랑 없이도 섹스를 할 수 있지만 여자는 사랑 없이는 안 해요.
그 사랑이라는 거.
한 때는 행복을 나누고 좋은 감정만 나누다가도 어느 한 쪽이 믿음을 저버리면
그건 지옥에서 원수를 만나는 것과 같아요.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요.
사랑마저도 유효기간이 지나면...
그래서 사랑을 하게 되면 영혼의 자유를 잃게 되요.
자유롭게 아무 것에도 구속되지 않은 지금이 행복해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살면서 옷차림과 얼굴이 다르듯 생각과 느낌이 다른데
가끔 부딪히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게 인생인데...
감정이 얽히는 게 싫어 사랑을 않는다는 건 변명이고 자기 처지에 대한 합리화 아닐까?
정말 단 하루만이라도 사랑을 멋지게 하다 죽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잘 생기고 돈 많고 성격까지 좋은 남자가 그녀에게 무릎 끓고 프로포즈 한 데도 사랑이 싫다고 할까?
그렇게 묻지 못한 것은 내 속물근성이 드러날까 두려워서였다.
사랑엔 책임이 따른다.
책임 나누기를 거부하는 한 그녀는 혼자 늙어죽어도
진정한 사랑을 못 찾을 것 같다.
그래도 행복하다면 그 행복이 지속되길 빌어줄 수 밖에...
고독 속에서 혼자 느끼는 자유.
에고이스트적 삶을 지향하겠다는 진정성을 믿을 수 밖에...
사람들은 노는 물이 다 다르니까
하기사 난 감정이 얽히는 것조차 이골이 나고 무디어 졌는데,
편하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사는 그녀가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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