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근 한 달 동안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를 갖지 못했다.
갑갑하기는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지역이 작기 때문 학연, 지연, 혈연 등 소위 괸당문화 영향력이 더 컸다.
그래서 어느 곳보다 무소속 돌풍이 잦았던 곳이다.
그러나 근래 새로운 인생을 제주에서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되고
젊은 유권자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는 지도자의 선택 기준으로 도덕성, 책임감, 통찰력, 문화적 마인드를 꼽고 싶다.
이번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 가운데 41%가 전과자라 한다.
그들이 무엇때문 전과자가 되었는지 살펴 볼 일이다.
민주주의 운동 등 공익을 위하다 전과자가 되었는지,
파렴치범으로 전과자가 되었는지는 구별되어야 한다.
어느 경제학자는 지도층의 사람은 언제나 그가 지니고 있는 덕성,
다시 말해서 그의 도덕적인 가치관과 행동을 기준으로 해서 평가되고
그 지도자가 대표하는 사회는 그 덕성 여하에 따라서 그 흥망이 결정된다고 했다.
지난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맞는 말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 때 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은 오래 된 작폐,
담당자 엄벌 등 남의 탓으로 돌리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통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한민국호 선장의 임무를 망각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질타와 분노를 야기시켰다.
통수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낮은 자세로 유가족, 국민의 눈높이에서 함께 했더라면 존경받고 신뢰를 얻었을 것이다.
그것은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그간 도정과 관련된 숱한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들에 대해서 도지사가 자기 책임이라고
사과를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일단 한 번 신임을 상실하면 다시 존경을 회복하기가 어려운게 우리 사회 현실이다.
지도자의 이념은 도민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도지사든 교육감이든 자신의 예지력을 과신하여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사업들을
도민들의 동의도 없이 과도하게 밀어부침으로써 혈세를 낭비하고 도민들의 분노를 야기 시킨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나 외국자본의 유치라는 미명하에 중국자본 유입 결과가 아직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기저기 새로 서는 건물이 중국자본이라는 말을 들을 때,
어느 섬을 송두리째 사겠다는 대륙의 야욕적 기질을 생각할 때 우린 이미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심각한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현실인식이 더 문제다.
경제적 잠식도 그렇지만 저급문화의 확산으로 인한 정서적 공해가 더 우려된다.
이는 지도자의 통찰력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결과다.
수필가 피천득 씨는 지도자는 과학적 정확성과 예술적 정서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 말에 공감하는 이유는 문화적 마인드를 가진 지도자는 자신의 성공을 전시적,
물량적 치적에서 찾기보다 도민의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데서 찾기 때문이다.
저명한 화가 작품을 유치 전시하고, 수준 높은 공연물을 감상할 기회를 많이 주고,
문화적 공간을 만들어 예술적 향기가 곳곳마다 넘치는 마을과 도시를 만드는 것,
문화예술 속에서 도민들이 행복을 느끼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문화의 시대 지도자의 책무 아닐까.
선거홍보물을 보면 안다.
그가 평소 문화예술에 얼마나 관심이 많았고 어떤 문화 정책 공약들이 있는지.
21세기는 시장경제논리에 앞서 문화적 마인드가 충만한 지도자를 원한다.
제주논단(제주일보, 2014년 5월20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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