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정보화 사회라 한다.
정보기술(IT)은 사회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매개체가 됐다.
정보화의 기반은 컴퓨터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우리는 방안에 앉아서도 세계 곳곳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컴퓨터 활용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게 인터넷 통신이다.
인터넷이 있기 전 사회는 소통이 일방적이고 폐쇄적이었으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쌍방향 개방화의 시대가 되었다.
무시되거나 소외되었던 개인적 소견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이는 사회 참여에 대한 열망으로 이루어졌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광장문화)가 국제적인 거대한 네트워크로 부활하였다.
특히 젊은이들은 소통 광장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당당하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고대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익명성에 있다.
자신의 이름을 아이디에 감추고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사안, 또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이
익명성이 때로 얼굴 없는 저격수가 되어 사람을 죽게도 하고 여론을 호도하는데 악용되기도 하는 것을 언론을 통해 접한다.
요즘 카카오톡의 감청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적인 문서를 이메일을 통하여 전달되고 회신 받은 지는 오래 되었다.
이메일 기록이 저장되어 감청된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헌데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까지 저장되어 정보 당국에서 엿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물론 감청을 통하여 많은 범죄를 예방하고 재판의 중요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지만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누군가 몰래 엿듣는 건 엄연한 사생활 침해다.
정보화 사회의 어두운 모습이다.
인간 소통의 기본은 언어다.
말로 하는 게 원칙이지만 과거 통신 기반시설이 빈약할 때는 글로 써서 표현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곤란한 경우에도 편지를 써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사람을 뜻하는 말 Person은 페르소나(Persona)에서 왔다. 페르소나는 가면을 뜻한다.
그리스 시대 배우가 가면을 쓰고 여러 가지 인물을 연기한데서 배우를 페르소나라고 했다.
즉 소리(sonare)를 통하여(per=through) 인물을 나타낸다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역할)을 쓰고 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가정에서의 역할에 따라 태도와 자세를 달리한다. 직장에서
엄격한 상사이다가도 가정에서는 자상한 아빠가 되기도 한다.
그 사람의 격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휴대폰이라는 게 생기면서 오히려 대화가 단절되거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아 졌다.
전화라는 게 목소리를 통하여 대화를 하는 게 기본 기능인데 오히려 문자를 많이 사용한다.
개인 간 아니면 그룹별로 밴드를 사용하여 문자로 수다를 떨기도 한다.
가족이 모여도 심지어 밥상을 마주하고서도 휴대폰에 매달려 고개를 들지 않는다.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과거엔 밥상머리 교육이라 하여 부모가 자식들과 대화하며 걱정도 해주고 다독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한 집안에 있으면서도 문자로 통보하고 소통한다.
멀리 있는 지인이나 부모한테도 문자 한 줄로 인사하는 사람도 많다.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했지만 문자는 점점 인간관계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대화는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다.
문자보다 목소리로 소통하자.
구구절절한 문자 보다 간단한 한마디의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제주논단(제주일보, 2014.10.20.)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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