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을 축하한다.
1988년 제주문예회관 개관은 제주문화예술사에 획기적인 일이었다.
당시 제주예술인들은 변변한 극장, 전시실이 없어서 시민회관, 학생회관, 사설전시관 등을 전전했다.
그런데 현대식 조명과 음향, 움직이는 무대시설과 오케스트라박스를 겸비한 넓은 무대, 안락한 객석을 갖춘 대극장과
다목적 소극장, 넓은 전시공간을 갖춘 문예회관이 개관됐을 때 제주예술인들은 상당히 고무됐다.
공연장 시설의 미비로 볼 수 없었던 중앙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제주문예회관에서 공연되면서 제주민들에게 예술에 대한 향유욕을 고취시켰다.
이후 도립 무용단, 합창단, 시향 등이 창설 되면서 음악인, 무용인들에는 안정적인 공연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며,
많은 자생 공연단체들이 창립되고 공연이 활성화 된 것도 문예회관 개관이 동기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개관이후 제주문예회관은 많은 변모를 거쳤다.
공연 전문 인력의 확충으로 공연예술인들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공연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또한 제주문화진흥원장을 개방형 직제로 개편하면서 예술인들의 입장에서 좀더 창의적이고 효율성 있는 기획과 제작의 여건이 조성됐다.
그러나 아직도 제주문예회관이 해야 할 일은 많다.
우선 제주문화진흥원의 예술단 직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무용, 관악, 합창으로 되어 있는 편제에 연극단이 들어가야 한다.
과거 진흥원에서 오페라단 창설을 추진하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쳐 무산 된 일이 있고,
도립극단 창단추진위원회도 구성되어 토론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활동했지만 행정당국의 외면과 무관심으로 좌절된 적이 있다.
근래 공연예술의 트랜드는 뮤지컬이 대세다.
최근까지 행정시에서도 도민의 많은 혈세를 들여 제주도 브랜드작품, 레퍼터리 공연 등의 목적으로 뮤지컬과 오페라를
기획 제작했지만 단기성 이벤트에 그치고 말았다.
그것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행정가들이 예술의 생리나 제작원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중앙의 화려한 케스트나 스탭들은 활동이 제한적이다.
그들은 한 편의 작품을 위해 모이지만 공연이 끝나면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재공연을 할 때는 배우들의 스케줄 조정, 인력교체 등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허나 도립극단이 있다면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훨씬 적은 제작비로도 안정적이고 레퍼터리화가 가능하고 무용단, 관악단, 합창단과의 협연을 통해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작품들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도립극단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제주의 공연자들에 대한 개방과 투자이다.
제주문예회관은 매년 중앙의 우수공연을 유치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연단체는 외면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제주의 공연단체들을 초청하거나 자체로 공연축제를 기획하여 제주 예술인들의 창작 욕구를 견인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진흥원 내외에 연습장 시설을 확보하고 공연자들에게 실비로 대관해야 하는 것도 문예회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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