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의 글
해갈 될 수 없는 갈증 같은 그리움
강준(극작가/소설가)
소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예술가는 성전(聖殿)의 성화를 지키는 전사”라고 했다.
인간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정복되어 모든 일상이 제약을 받고 인간관계가 단절되어도 예술가는 성전의 성화를 지켜야 한다.
성화(聖火)는 캄캄한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며, 간난과 고통의 세상에 온기이며, 인간 구원의 방향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다.
문인은 활자로, 화가는 색채로, 사진가는 영상으로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성화를 지킨다.
예술로서의 사진은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니다. 좋은 사진들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사진가의 의도에 의해 치밀하게 설계되고 연출된다.
내가 아는 김현종은 그런 사진가다.
그와의 인연은 내가 극단을 만들어 연극에 빠져 있을 때 그는 영상 동인이라는 사진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극단 소속 배우가 영상동인 회원이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30여 년 후, 취미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는 제주사진작가협회 회장이 되어 문인협회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등 창의적인 기획력을 발휘하면서 가끔 어울렸다.
중국 연변과 백두산 출사 및 일본 오사카 찾아가는 탐라문화제 여행 등에 동행하면서 그의 사진에 대한 애정과 인간적인 면모를 알게 되었다.
김종현에게 사진은 종교이며, 철학이며, 제주에 사는 존재 이유다.
그는 좋은 사진 이벤트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사업도 제쳐놓고 장기간의 해외 체류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가다. 그의 사진은 한편의 에세이다.
흑백에서 칼라로 변형된 그의 작품에는 화려할수록 선연한 쓸쓸함 같은 것이 내재되어 있다.
때로 고향에 대한 사랑, 때로는 고향에 있어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외로움 같은 것이 짙게 배어 나온다.
황량한 바다에 떠오르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는 삶에 대한 진한 집념 같은 것, 해갈 될 수 없는 갈증 같은 그리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는 우리네 일상사를 소환해 낸다.
마스크가 인간의 얼굴마저 은폐한 음울한 시대에 그의 작품이 잠시나마 우리의 삶을 기억 속에 되살리며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개인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2020년 11월 1일부터 네이버온라인 카페 '김종현포토에세이'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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