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예술의 저력을 느끼다.
5월 어렵게 틈을 내어 중국 상해, 소주, 항주를 다녀왔다.
상하이는 축제 중이었다.
2010상해엑스포 때문에 거리는 말끔하게 정비되고 곳곳에 지하철이 개통되었지만 급히 땜질한 도로는 버스가 출렁거려 멀미가 날 정도였다.
출퇴근 시간의 자전거의 무리는 예전 그대로 였고 예원 옛 거리의 인파는 일정한 보폭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의 장벽이었다.
황포강은 저녁 7시가 되자 강변의 빌딩에서 오색찬란하게 뿜어대는 네온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상해에서 최고의 명소가 된 '신천지'는 그 비싼 술값(생맥주 500cc에 우리 돈 만 원- 중국의 화페가치로 따지면 엄청난 폭리)에도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록밴드의 음률에 몰려든 사람들로 노천카페마다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울 정도다.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물의 도시 소주에서 동양의 피사탑이라 부르는 호구탑으로 가는 길에 배치해놓은 괴석들에는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했다.
항주에서 본 소동파문학관은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내용은 표구와 시첩 뿐 당송팔대가에 속하는 그의 명성에 비해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초라했다.
아직은 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찾는 이도 드물었고 관광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항주에서의 소득이라면 송나라 시대의 역사를 담은 송성가무쇼의 관람이었다.
‘송성천고정(宋城千古情)’이라는 제목의 이 가무쇼는 중국문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라스베가스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의 무대 매카니즘을 잘 활용하여 성이 불타고 홍수가 나서 물이 사방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흐르고 장대비가 흥건히 무대를 적시는 등 스케일이 한국에서는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볼거리가 대단했다.
그들은 파리의 리도 쇼, 라스베가스 쇼와 함께 세계 3대 쇼로 자랑하는데 당연히 그들과 견줄만한 정도가 아니라 내가 본 공연 중에 최고의 공연이었다.
우리는 왜 안 될까?
우선 제작비가 문제다.
그 정도의 공연이라면 기 천억 원이 들어간다.
우리는 제작비 중 절반 이상이 인건비일텐데 사회주의 국가니까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낮다. 스토리는 단순한데도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또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재능 있는 무예소년소녀들을 선정하여 양성한다.
그래서 무예나 예술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나다.
무대기술은 무대기술자대로 인재를 양성해낸다.
어렸을 적부터 오로지 한 분야에 대한 재능과 기술을 가르치고 연마한다.
그래서 몇 년 전 한국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는 장예모 감독의 장외 오페라 ‘트란도트’가 가능한 것이다.
중국의 인력자원이나 잠재능력으로 보아선 머지않아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세계를 주도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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