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10년의 성과와 과제
문화의 세기를 맞으며 출범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4월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당시 문화예술재단은 경기도와 강원도뿐이었으니 도세가 약한 제주에 문화예술재단이 설립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는데, 이는 당시 우근민 지사의 문화예술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 어린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발 빠른 행보를 거듭하며 정착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전국 문화예술재단 창립의 도화선이 되었고,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기금운영사업 중 ‘문화예술육성사업’(문예진흥기금)은 전국 문예재단 사업운영평가에서 창립이래 1~3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사랑티켓사업’이 전국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것이나, 각종 문화관련 연구용역 수주와 전국 유일의 「문화예술정책연구집」을 발간하는 것도 제주문예재단이 거둔 성과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중앙에서 교부 받는 예산배분비율이 높아져 4-5억에 불과하던 기금 사업이 2011년에는 14억 원으로 늘어나 제주의 문화예술계에 지원되고 있다.
또한 제주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의 자체부담금 비율이 30%여서 사업 수행에 대단한 부담이었는데, 예술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2011년부터 과감히 20%로 낮춘 것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재단이 하여야 할 일들도 많다.
재단의 역할이 국민의 혈세인 공공기금을 분배하는 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평가와 감시체계를 돈독히 해야 하고, 지원금이 문화를 확대재생산해 낼 수 있도록 사후지원, 간접지원 등으로 지원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문예진흥기금도 심사위원들의 취향이나 편향된 시각에 따라 심사기준이 매년 변하고 있어 분란이 일고 있는데, 공청회 등을 열어 심사기준을 표준화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작년 출범시킨 기업과 예술단체를 연결시키는 ‘메세나운동’도 참여기업을 제주를 연고로 하는 외부 기업이나 출향인들과 재외교포들까지 범위를 확대해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전담 부서와 인력도 따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문예진흥기금의 배분율을 보면 서울이 63.3%인데 비해 지방은 36.7%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많은 기금을 지원받아 기본 인프라가 잘 정비된 서울의 문화 환경을 고려하거나, 국민문화향유권의 형평성과 균형 측면을 생각할 때 이는 잘못된 배분이다. 서울 인구가 전 국민의 1/5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에 80%가 배정되어야 맞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타 지역과 연대해서 지역배분율을 높여야하며, 1.2%에 불과한 제주의 배분율을 상향시킬 수 있는 방안도 제주문예재단이 앞장서 마련해야 할 일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제주문화예술정책의 싱크탱크 역할도 자임해야 한다.
금년 말로 끝나는 제주문화예술진흥중장기계획은 당장 2012년 계획조차 마련된 게 없으니 문제다. 향후 문화예술진흥 10년 로드맵을 시급히 마련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또한 도내 예술단체의 자생력을 위한 멘토 역할도 재단 몫이다.
열악한 도내 문화단체가 자생력을 확보할 수는 방안을 장르별로, 외국의 성공 사례를 수집하여 제주형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요즘은 복지가 대세다.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복지예산도 많아지고 있다.
이미 중앙에서는 예술인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제주문예재단에서도 제주예술원설립이나 예술인기금에 대한 밑그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창립 10주년을 축하하며, 향후 본연의 역할 수행에 기대를 건다.
2011년 4월 19일자 제주일보 <제주논단>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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