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탐라전의 딜레마
탐라문화제가 금년으로 50회째를 맞는다.
제주도는 제주예총이 주관해 온 행사를 개편해 내년부터 가칭 ‘대탐라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8월까지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하반기까지 기본계획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딜레마가 있다.
우선 ‘대백제전’을 벤치마킹한다고 했는데, 작년에 충남에서 개최된 ‘2010세계대백제전’을 구경하고 대단히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대백제전의 ‘1400년 전 백제의 부활’을 흉내내어 ‘해상강국 탐라의 부활’을 행사 컨셉으로 내놓았다.
헌데 ‘세계대백제전’의 기획배경과 실상을 제대로 알고 하는 발상인지 의심이 든다.
필자가 알기로 충남공주와 부여가 54년 동안 개최해온 백제문화제가 2009년 신종플루로 행사가 취소되자
이월 예산과 국비를 합쳐 240억 원으로 충청남도가 한시적 이벤트로 만든 행사가 세계대백제전이다. 금년엔 도로 57회 백제문화제를 개최한다.
상황이 이런데 대백제전을 벤치마킹해서 깜짝 이벤트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매년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축제를 지속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축제는 아이템, 조직, 재정에 의해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기존의 탐라문화제는 우선 프로그램 자체가 정체성과 경쟁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관객도 없다.
여느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축제라면 누가 비행기 타고 구경 오겠는가?
지금의 탐라문화제는 순수예술제에서 출발해 프로그램을 한둘씩 끼어 넣더니 비대한 행사가 되어버렸고 정체성도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상징프로그램도 신명도 없어 주민과 관광객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제주도나 예총에서는 개선의지가 없다.
몇 년 전 예총에서 탐라문화제 발전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상징프로그램개발 등 몇 가지 개선안이 나왔지만 공념불에 그쳤다.
제주도도 신규축제아이디어를 공모해서 시상까지 했지만 주무관이 바뀌면서 감감 무소식이다.
행사가 끝나면 평가는 하지만 행사 따로, 평가 따로, 기획 따로, 건망증 모르세 일관이다.
조직에 있어서의 딜레마는 관주도 행사라는 점이다.
관주도 축제가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행정 관료의 머리와 가슴으론 한계가 있고 지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서울 대형기획사에 행사를 위탁할 생각인가?
행정주체가 바뀌니 제주세계섬문화축제가 실패한 교훈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유럽이나 일본의 성공한 축제는 시민들이 만든다.
시민 봉사단체들이 주체가 되고 행정은 행․재정적 지원 등 서포트만 한다.
참여자나 관객도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출연비나 관람료를 내고 참가한다.
꿈같은 소리가 아니라 아이템이 독특하고 설득력을 가지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조직위 구성도 원칙 이론이나 반짝 아이디어만 내세우는 학자나, 행정가, 명망가 중심이 아닌
실제 필드경험이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전문가, 축제를 수행해낼 수 있는 시민 봉사단체,
지원할 수 있는 행정기관, 관광협회, 상공인 등으로 구성해야 한다.
백제문화제는 매년 4-50억이 투자된다.
당연히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진다.
조직위원회의 상주 인력이 일년내내 행사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점검하면서 축제를 마켓팅한다.
헌데 50년을 이끌어 온 탐라문화제의 경우 상근직원은 고사하고 공식적인 홈페이지마저 없다.
탐라문화제에 출연되는 재정은 50주년 행사임에도 추경해서 7억 원 정도다.
재정확보가 관건이다.
탐라문화제는 개선되어야 하지만 대탐라전 같은 우리의 현실을 무시한 발상은 무책임한 행정이다.
제주논단(제주일보, 201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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