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을 위한 창작집필실이 2012년만 해도 6군데 였는데,
금년에 마라도 창작스튜디오와 만해마을이 사업을 중단해 지금은 서울 연희창작실, 이천 부악문원,
원주 토지문화관, 담양 글을 낳는 집과 금년 처음 시설을 마련한 증평 21세기문학관 등이 운영 중이다.
창작실은 운영하는 분들에게 아주 수고롭고 힘든 사업이지만
문인들에게 참으로 고맙고 절실하게 필요한 공간이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고, 퇴고하고, 독서하고 명상한다.
작가들끼리 여러 가지 문학적인 정보를 교환하고 인적인 교류를 한다.
물론 자택에 서재도 있고 집필할 공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세속에 작가의 열정을 방해하고 창작적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창작실에 입주하면 세사의 갈등과 번뇌에서 벗어나 오로지 창작에만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다.
아무런 방해 받지 않고 내 의지대로 24시간을 활용한다.
한 편의 작품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금년에 토지문화관에 처음 입주했다.
백운산 자락 좋은 장소에 위치한 토지문화관은 박경리 선생이 살던 곳(지금 원주시 단구동 박경리문학공원)이
토지정리구역에 해당 되어 옮길 처지에 놓이게 되자 원주시에서 그곳을 문학공원으로 만들고
대신 지금의 흥업면 매지리에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한다.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40분 거리.
34번, 31번 버스가 약 30분에 1번 매지리 까지 오고 여기서 걸어서 15분 거리.
1시간에 한 번 회촌 까지 오는 버스도 있는데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토지문화관은 세 채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본관 건물은 3층인데 1층은 박경리 선생의 유품 전시실, 각종행사를 할 수 있는 대강당.
2층은 사무실과 직접 가꾼 유기농 채소로 식단을 제공하는 식당,
체력단련을 위한 탁구대와 서가가 비치된 휴게실,
그리고 일반 외래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3층은 도서실, 분반 토의를 할 수 있는 세미나실, 휴게 공간과 숙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간들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어 각종 단체의 수련대회, 세미나 등에 활용되고 있다.
본관 오른 쪽 철도 폐침목으로 만들어진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귀래관이 있다.
귀래관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친환경적인 건축 양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10실의 집필실이 있다.
그리고 티브이, 세탁기, 냉장고, 프린터기, 식탁이 놓여 있는 휴게실이 있는데
작가들의 사교 공간이기도 하다.
집필실은 아담하면서도 깨끗하다.
침대와 샤워시설이 되어 있는 화장실과 작은 냉장고, 책상과 책장,
사물함이 있고 선풍기와 커피포트가 제공된다.
본관 왼쪽에 있는 2층 목조 건물이 매지사.
처음 창작실이 만들어질 때 지은 건물로 여기에 6개의 집필실이 있다.
주변에는 40여호의 회촌마을이 있다.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모여드는 개울이 있고,
개울따라 걸으면 저수지도 나온다.
옥수수밭, 감자밭, 복숭아 밭과 밤나무 우거진 산길을 도는 산책 코스도 다양하다.
아침 일찍 나는 3킬로 정도 떨어진 연세대 원주분교까지 운동을 한다.
속보로 갔다오면 1 시간 15분, 속옷이 기분 좋게 젖는다.
아침은 냉장고에 식빵과 계란, 여러 종류의 음료수가 항상 비치되어 있어서
각자 취향대로 7시에서 10시 사이에 알아서 먹고, 점심은 12시, 저녁은 6시로 정해져 있다.
직접 재배해서 아침에 뜯은 채소가 식탁에 올라오는데 매끼니 마다 다른 메뉴가 입맛을 돋군다.
이곳에서는 지상을 통해서 알아온 분들을 처음 만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토지문화관은 유일하게 문인과 각종 장르의 예술인들이 함께 입주해 있기 때문에
평소 알지 못했던 여타 장르에 대한 정보도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이곳에서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사진가, 작곡가, 일러스트, 연출가 들을 만났다.
그리고 한 지붕아래 같은 밥을 먹고 운동하며 산책하며 많은 문인들과 정보도 얻고 교분을 쌓았다.
창작열을 불태우고자 하는 문인과 예술인들에게
박경리 선생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렵고 힘든 환경에도 창작의 자양분을 제공해주시는 토지문화재단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한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많은 작가들이 이곳에 입주하여 주옥같은 작품을 썼다고 한다.
걸출한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어 토지문화관이 한국예술창작의 대표적 산실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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