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학의 백미로 알려진 「표해록」의 저자 장한철은 1744년 애월리 한담에서 태어났다.
그는 1770년 향시에 수석 합격하고도 가난해서 한양에서 치러지는 회시에 응시하지 못하자,
마을 어른들과 3읍에서 노자를 마련해 줘 한양으로 떠난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풍랑을 만나 그가 탄 배는 난파 당하고,
조류의 흐름에 몸을 맡겨 떠다니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유구국(지금의 오끼나와)까지 다다른다.
거기서 중국 상선을 만나 청산도를 거쳐 제주에 돌아오게 되는데
그 생사 과정을 훗날 일기식으로 정리한 게 「표해록」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갖는 의의는 역사가 일천하고 작품 수가 적어 연구 성과물조차도
미미한 해양문학 분야에 대단히 가치 있는 자료로 인정되고 있다.
그에 대한 기적비가 그의 후손에 의해 2011년 한담공원에 세워졌고,
그가 살았던 한담의 생가 복원 사업도 애월읍을 중심으로 진행 중에 있다.
폐가가 된 생가 터 부지를 이미 매입하였고, 복원 사업비도 국비로 마련됐다.
그런데 더 반가운 것은 생가 복원과 함께 관리동에 창작집필실을 함께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좋은 발상이다.
생가만 복원 한다면 덜렁 문화재 하나 더 생겨나는 것 말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그러나 창작집필실을 마련함으로써 전국 유명 작가들이 한담에 머물고,
작가들이 장기간 머물며 창작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문학인들과 애호가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드나들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작가들에 의한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문학백일장 등 각종 행사가 생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면 한담은 유려한 자연환경과 함께
문학이 살아 숨 쉬는 문화 광장이 되리라 기대 한다.
한담은 바다에 면해 있어 언제나 아름답게 지는 노을과 비취빛 바다와 아담한 모래해변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곽지까지 해안선으로 이어져 사색하기 좋은 산책길,
다양한 음악을 창출해 내는 파도 소리,
길가에 피어 있는 야생초가 사철 흥미롭게 다가서고,
기암괴석과 문필봉이 문인들에게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곳이다.
주로 산중에 위치한 전국의 창작집필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는 유명 소설가들이 장기적으로 체류하며 좋은 작품들을 써내고 있는 창작하기 좋은 곳인데,
아마도 개관이 되면 전국 문인들의 입주 신청이 파도처럼 몰려들 게 분명하다.
각종 문학 이벤트와 작가들의 근황이 매스컴을 타게 되면,
문학애호가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찾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작가들은 자신이 글을 쓰고 있는 장소를 작품 속의 배경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마저 시적인 애월과 한담의 환상적인 바닷가를 작품 속에 그려내면
자연스럽게 애월 한담이 홍보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기왕에 만들어지는 공간에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우선 창작집필실은 10실 정도는 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적은 규모로 지으면 장기적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전국에 있는 창작집필실을 벤치마킹해서 강의실을 겸한 다목적 강당도 하나 있었으면 한다.
각종 문학행사나 문학인을 양성하기 위한 공간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주변의 공간들도 매입해 장기적으로 해양문학관 건립도 고려했으면 한다.
그리고 민관 합동으로 기념사업회나 운영위원회 같은 사단법인체를 구성해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운영 계획을 세우고 문학 사업을 실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한담이 우리나라 해양문학의 아고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제주논단(제주일보, 2013년 10월2일자)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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