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문화숲에 이는 바람

예술인재교육은 예산이 아니라 마인드가 우선이다.

강용준 2014. 2. 20. 08:55

 

 

근래 제주교육의 우수성은 대입수능 성적이나 여러 면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는 제주교육이 인프라가 잘 되어있고 제주 학생들의 성취도, 학부모들의 향학열과

교사들의 열성이 타 시도보다 뛰어나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 결과 제주 출신 인재들이 각계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고향의 명예를 빛내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는 점은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강혜명 등이 좋은 예다.

더구나 글로벌 지구촌 가족시대를 살고 있고 영어교육도시가 설치되어 있는 제주도 아닌가?

그런데 며칠 전 제주교육청이 예술고등학교 설치 불가 방침을 밝혔는데 그 논리가 황당해서 놀랐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고 육지로 진학한 예술계 신입생들이 많지 않다는 논리고 궁색하게 울산 교육청의 운영 실태를 예로 들었다.

그런데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말은 무엇인가?

예산이 없어서 못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2012년에도 불용액이 200억 원이 넘었고,

연말이면 각종 포상금이 넘쳐 학교마다 돈 쓸 곳 찾지 못해 정원 헐어내 정자 만들고 일 년 내내 공사하는 학교도 있는데.

예술고등학교는 어떤 시설을 마련하고 좋은 교사를 어떻게 초빙하느냐 하는 운영의 문제가 우선이다.

연구를 해보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는데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다른 지역교육청의 예만 들어 불가의 입장을 밝힌 것은

예술가를 지망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주었고

미래교육의 지향 방향에서도 신중치 못한 처사였다.

대안으로 제주와 서귀포 학생문화원에 영재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발상도 예술고등학교의 특성과

예술인재의 육성이라는 명제를 이해하지 못한 단견이었다.

전국에는 26개의 예술고등학교가 있다. 물론 대부분 음악, 미술, 무용 학과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만화에니메이션, 연극영화, 문예창작, 공연예술, 사진영상, 방송문화, 전통예술 등의 학과를 설치한 학교도 있다.

제주도 학생의 학력 증진도 필요하지만 능력 있고 재능이 뛰어난 예술인재의 잠재력을 조기에 이끌어내고

육성시키는 일은 더욱 가치 있는 일이다.

몇 년 전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예술고등학교 설립문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을 때도 타당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제주만의 국제적인 예술학교를 설립한다면 국내외에서 예술 영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에선 영어교육도시와 연계하여 줄리아드 음학원 같은 국제적인 마에스터 예술학교를 설치할 수도 있다.

기존의 지역고등학교를 예술특성화고등학교로 개편하여 기본 시설을 마련해주고

국내외 경험 있는 교육법인체에 운영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거 제주도지사한테 도립극단 설립문제를 건의한 적이 있었다.

헌데 1년에 2억을 투자할 테니 2억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느냐는 말에 도백을 다시는 상대하지 않았다.

예술을 시장논리의 잣대로 들이대는 사람에게 무슨 미래를 논의할 수 있겠는가?

예술은 인류의 현재와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위대한 투자다.

국제자유도시가 완성될 결코 멀지않은 미래를 위해 예술인재와 예술인프라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빌딩이 숲을 이루는 삭막한 도시가 아니라 어디에서든 예술적 감성과 고아한 흥취가 살아 숨 쉬는 명품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제주교육의 우수성이 학력만이 아닌 예술인재의 교육에서도 앞서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제주논단(제주일보, 2014년 2월 20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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