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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론

디지털시대 문학의 미래

강용준 2016. 2. 18. 15:54


근래에 문학의 위기라든지 근대문학의 종언을 이야기하는 비평가나 학자들이 있다.

대학에서 국문과와 문예창작과가 사라지고 문학 서적이 팔리지 않으며 영상 매체에 대중들의 시선을 빼앗기고 있음에서 근거를 들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도 언론사 신춘문예에는 기 천 명씩 응모하고 있고 각 단체의 평생교육원 문학창작프로그램에 수많은 동호인들이 모이며,

매달 문학잡지를 통하여 기백 명 씩 새로운 문인들이 쏟아져 나올 만큼 문학은 아직도 매력이 있다.

물론 이들이 문학의 발전과 질적 향상을 담보하는 것과는 별개 문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든 분야가 디지털 기술의 영향을 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미디어 간 융·복합 기능을 더하여 e(전자책), 데이터방송, 인터넷 방송, 인터넷신문, 스마트폰,

SNS(소셜네트워깅서비스), 홈 네트워크같은 다기능 통합체인 멀티미디어 사회를 이루고 있다.

모바일 즉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테블릿 기기만 있으면 신문, 영화, 만화를 보고 소설도 읽을 수 있다.

특히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단말기의 보급률이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가 세계 전자출판 시장을 선도할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

문학부문에서 보면 사이버 소설, 웹소설, 인터넷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150만 회원을 가진 인터넷소설카페도 있다.

인터넷 소설은 주로 무협, 순정, 팬픽, 로맨스, 판타지, SF, 공포, 퓨전, 미스테리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룬다.

팬픽은 팬픽션의 준말로 아이돌 가수를 주인공으로 하여 팬들이 만들어내는 창작소설들이다.

물론 이들은 장르 소설로 순수소설은 아니다.

이들은 카페를 통하여 연재를 하고 인기 있는 글들은 전자책으로 발간하는데 일정한 요금을 내야 감상할 수 있다.

인터넷소설의 인기 있는 작가의 경우 웬만한 회사원 연봉보다 많은 월급을 원고료로 받는다고 한다.

인터넷 소설은 수사법을 이용한 문학적 표현보다 대사위주의 구성으로 흥미진진한 빠른 전개로 상상력과 호기심 자극하여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종이책은 완결된 결과물을 보여주는데 반해 이들은 인터넷 상에서 댓글을 통하여 독자들과 상호 소통하면서

작품의 전개에 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도 한다.


공지영의 도가니,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포털사이트에 연재된 인터넷 소설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황석영, 박범신, 김훈 등 인기 작가들도 사이버 상에서 소설을 연재 했거나 연재 중이다.

종이 책 판매가 저조한 대신 전자책 판매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다.

중앙의 문학단체에서 이런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여 전자책에 관심을 가지고 디지털문학관, 전자문학도서관을 개관하고 있고,

문학단체들도 카페에 사이버문학관을 마련하여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꾸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전자책은 인쇄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시장에서 퇴출되어 버리는 종이책들을 영구 보관할 수 있고

어디서나 쉽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앞으로 종이책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전자책들이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면 세계인들이 한국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문인들은 아날로그 식 글쓰기의 고답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디지털 세대 독자들에게 능동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고 듣는 영상과 음성에 길들여진 디지털 세대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문학 작품이 나와야 한다.

다양하고 많은 자료를 가진 전자책 출판사가 호황을 누릴 것이고 통신사나 포털사이트 등이 이를 확산시킬 것이다.

대중문화의 콘텐츠환경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 문제,

상업화에 따른 문학정신의 옹호 문제가 디지털 시대 문학인들에게 던져진 과제다.


제주시론(제주신보, 2016년 2월 18일)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