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해녀문화가 널리 이해되는 기회가 되기를
강용준(극작가/소설가)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축하드린다.
해녀는 제주의 독특한 문화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제주 정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녀문화는 공동 어로와 어장의 공동관리, 해신제 준비, 잠수회를 통한 민주적인 의사 결정 등 철저히 공동체 문화이다.
거기다 추위와 위험을 이겨내는 강인함, 밭일과 집안 일 까지 도맡아 하는 근면성, 집안 경제의 구심점 역할까지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해녀는 제주를 떠받들어온 굳건한 기둥이었다.
일본에도 해녀가 있다지만 제주해녀의 기량을 따라올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물질은 그렇게 쉽거나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무척 힘들고 고된 노동이다.
과거에는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추위와 허기와 체력과 싸우며 며칠을 배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 난바르를 떠나기도 했다.
숨 비우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지만 해녀들은 물속에서 숨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고 작업하다가 한 번에 토해내는 절박한 숨소리다.
그들은 먹고살아가기 위해서,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물질을 해야 했고,
때로는 풍랑과 싸우며 깊고 깊은 몇 길 물속을 목숨을 내놓고 헤엄쳐야 했다.
그래서 가끔 숨다이먹기(익사)도 하고 두통을 늘 달고 산다.
제주출신 작가로서 이런 제주의 어머니들을 그릴 수 있다는 건 책무이자 축복이다.
이 작품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제주다운 작품이라 해서 삼성문학상(도의문화저작상), 전국연극제 은상 등 상복도 많았다.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주년 기념공연 작품으로 「좀녜」가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원작의 내용을 시대에 맞게 각색하겠다는 연출자의 요청을 승낙했다. 해녀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문화재청, 제주특별자치도와 창단 작품으로 졸작을 선정해 준 「극단 배우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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