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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나무 가지치기

활로를 모색하는 제주의 연극, 연극인

강용준 2020. 9. 20. 12:54

 

제주 연극의 모태

 

자연 천혜의 휴양과 관광의 도시 제주, 설문대할망, 자청비 등 일만팔천 신의 고장인 제주에는 예로부터 많은 전설과 신화, 전통 연희들이 전승되면서 연극적인 싹이 움터 왔다. 즉 제주 연극의 모태는 제주의 전통 연희다.

제주의 전통 연희는 주로 굿의 형태로 민중들에게 다가섰는데, 이는 마을 공동체 구성원들을 대동단결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제주의 굿은 언어 위주의 신화인 본풀이를 굿본으로 하여, 춤 위주의 맞이굿’, 연출 위주의 놀이 굿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본풀이는 근본을 풀다의 의미로 신의 내력담을 말하는 것이다.

본풀이는 시대를 거쳐 오면서 당대 제주인의 가치관, 제주 사회의 내재적인 규율과 법칙 가치체계를 내포하고 있으며, 신화를 향유하는 신앙민의 집단 미의식이 발현되어 있다. ‘천지왕본풀이가 대표적이다.

연극적인 놀이굿으로는 <세경놀이>, <영감놀이>, <전상놀이>, <산신놀이>, <강태공서목시놀이>, <입춘굿놀이>를 들 수 있다.

제주의 신화의 주인공들, 예를 들면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자청비’, ‘거믄장아기’, ‘전지왕등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과 뮤지컬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2. 제주의 극단

 

제주에 현대적인 연극이 개화하기 시작한 것은 6·25 전쟁 중 피난 온 예술인들에 의해서다. 그런 명맥이 이어져 오다가 1970~80년대에 이르러 전문 극단들이 창단하게 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극단이 극단 이어도. 극단 가람, 극단 정낭, 놀이패 한라산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전국 시도에 예술공간들이 생겨났는데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이 개관하면서 중앙의 연극 작품들이 제주에서 공연을 하게 되고, 도민들에게 잘 만들어진 연극들에 대한 향수 욕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1992년 제주에서 제10회 전국연극제가 개최되면서 제주 연극이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행사 이후 도민 사회에서 연극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분출하게 되면서 많은 극단들이 창단되었다. 극단 세이레가 오늘날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IMF 사태 여파로 극단들이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다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 극단이 생겨났는데, 2020년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 단체는 20여 개에 달한다. 2020년 현재 제주의 극단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극단 이어도(대표 김광흡)/ 극단 가람(대표 이상용)/ 극단 정낭극장(대표 강한근)/ 한라산놀이패(대표 윤현숙)/ 극단 세이레극장(대표 설승혜)/ 문화놀이터 도채비(대표 변종수)/ 극단 파노가리(대표 문무환)/ 퍼포먼스단 몸짓(대표 강종임)/ 극단 배우세상(대표 이화)/ 예술공간 오이(공동대표 오상운, 전혁준, 2012)/ 극단 그녀들의 AM(대표 이소영, 2015)/ 극단 배우가(대표 함창호 2018)/ 극단 파수꾼(대표 조성진 2018)/ 극단 코지(대표 민경언)/ 연극공동체 다움(대표 서민우, 2019)/ 극단 공육사(대표 류태호, 2019) 등이다.

이들 극단들은 서귀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극단 코지와 애월읍 봉성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극공동체 다움을 빼면 모두 제주시 동()지역에 모여 있다.

이외에도 몇 개의 인형극단, 아동극 전문 극단, 장애인 극단, 평생교육원 출신 동호인 극회, 대학 극회들이 있다.

 

3. 제주의 극장

 

제주의 대극장은 제주시내에 제주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한라아트홀이 있고, 서귀포에는 서귀포 예술의 전당과, 김정문화회관이 있다.

소극장은 대부분 대극장과 함께 있으나, 극단이 소유하고 있는 연극 전용 소극장이 더러 있다. 이 극장들은 극단의 움직임과 함께 여러 곳을 전전하다 현재의 위치에 옮겨 주로 자기 극단 연극연습과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음악 등 연극 외의 연습실이나 공연장으로 대관도 하고 있다.

극단세이레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이레 아트센터는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넓은 로비와 80여석의 개방형 객석을 갖춘 소극장이다.

극단 이어도가 운영하는 미예랑소극장은 중앙로 로터리 인근 도로변에 있으며 접근성이 용이하다.

예술공간 오이는 오랫동안 구제주에서 운영하다 몇 년 전 신제주 대림아파트 입구로 옮겨 넓은 로비와 연습실, 공연장을 갖춰 운영하고 있다.

문화놀이터 도채비는 제주문예회관 맞은편 인근 주택가에 있다.

두근두근씨어터는 구제주 중앙성당 옆 재밋섬 1층에 있다.

연극공동체 다움이 운영하고 있는 봉성리 하우스 씨어터는 애월읍 봉성리에 있는 마을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아주 작은 소극장이다. 이 밖에도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여럿 있다.

 

4. 제주의 연극인

 

제주에 극단은 많으나 연기자는 매우 부족하다. 2010년대에 제주국제대학교에 공연예술학과가 생겼으나 졸업생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무대에서 20~30대의 연기자를 보기가 어려운 게 제주연극의 현실이다.

또한 대부분 극단들의 대표가 직접 희곡을 쓰고 연출하는 것도 연극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전문화, 세분화 시대에 희곡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작/연출에 대한 공명심이 지나치다.

연출가들이 쓴 대부분의 작품들은 희곡의 기본조차 갖춰지지 못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다. 자신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에 맛을 들인 대표들은 명작들이나 기존 지역 극작가의 희곡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런 극단들은 발전이 없고 늘 대표의 수준에 갇혀 있다. 능력을 갖춘 신진 극작가나 연출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공연될 때 극단과 제주 연극의 발전이 가능하다.

 

필자가 꼽는 제주의 대표적인 연극인은 다음과 같다.

이상용, 김광흡, 정민자, 변종수 등이 경험을 많이 가진 연출가인데 그들의 그림자가 너무 넓어서 젊은 연출가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상운, 민경언, 현지훈도 능력 있는 연출가들이다.

연기자로는 강상훈, 설승혜, 양순덕, 강종임, 고지선, 고가영, 김금희, 이승준, 함창호, 조성진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역시 젊은 연기자들이 절대 부족하다.

젊은 극작가로는 전혁준, 송정혜, 강명숙, 서민우, 홍서해 등에 기대를 걸어 볼 수 있다.

 

5. 제주의 연극행사

 

제주에서는 매년 정기적인 연극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는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연극협회에서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행사에는 제주연극제’, ‘소극장연극축제’,‘제주청소년연극제’, ‘더불어 놀다 연극제가 있다.

1987년 창설된 제주연극제는 전국연극제(현재의 대한민국 연극제) 제주예선대회를 겸하며 열린다. 선발된 극단이 대한민국 연극제에 제주를 대표하여 참가하는데 예선 참여 극단이 2,3개 단체에 불과해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소극장연극축제1991년 창설되어 도내에 있는 극단들이 한해를 결산하는 무대로 장식했으며 현재까지 이어 내려오고 있다.

1997년 창설된 제주청소년연극제는 전국청소년연극제의 예선을 겸하는 무대로 미래의 연극인과 관객층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행사는 도내 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통 도내 6~ 10개 학교가 참여하여 열 띤 경연을 벌이기도 했으며 전국 본선 부대에서 대상, 최우수상을 받는 등 수확도 많이 거두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더불어 놀다 연극제는 도내 극단만이 아니라 전국 지역 극단들을 초청하여 열리는 규모가 큰 연극 축제다. 금년으로 5회 째 행사를 치렀다.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4·3평화인권마당극제2020년 제14회 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매년 제주4·3평화공원 내 야외 가설무대에서 열리는데 전국의 마당극 단체가 참여한다.


한편
, 2018년 부터 제주시의 지원을 받아 제주연극협회 주관으로 합동 공연을 하면서 연극인들간의 화합도 도모했는데, 새로운 제주 소재의 창작극 개발이 기대된다.

 

 

공연과 이론 79호 2020년가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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