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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나무 가지치기

제주생활연극축제

강용준 2024. 10. 19. 19:21

 

제주생활연극축제

 

 2023년 대한민국연극제가 제주에서 열렸을 때, 전국시민연극제가 보조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됐다. 순수 연극동호인들이 전문 연극인들의 도움을 받아 협연한 무대라 연극 인구의 저변 확대라는 면에서 박수를 칠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전국시민연극제는 공모 절차에 의해 예심을 거쳐 선정되기 때문에 공연 수준이나 무대에 대한 열정이 전문 극단의 공연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직업연극인의 느슨해지고 고답적인 연기에 비해 신선하고 활력이 넘쳤다. 금년 용인에서 열린 대한민국연극제에서도 전국시민연극제가 열렸고 매년 상설화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극의 저변 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에서 제주생활연극축제가 창설되었다. 생활 연극이라면 당연히 앞서의 시민연극처럼 순수 연극동호인의 연극축제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연극 전문 극단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심지어 일주일 전 소극장축제에서 선보인 작품이 극단 이름만 달리해서 참가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생활연극협회가 오래 전부터 사단법인화 되었고, 제주지회가 창립되어 첫 행사를 마련했는데, 참가 여섯 단체 중 순수 동호인 단체는 극단 삼달리의 별한 작품이었다.

국민의 세금을 지원 받는 행사라면 생활연극축제의 정체성을 확보하여, 기존 연극제와의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실상 제주에서 열리는 연극제를 보면 매년 그 행사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소극장축제는 장소만 소극장으로 옮겨 놓은 것이고, 제주어연극제는 기존의 작품을 대사 몇 구절 바꾸고 공연하는 극단도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해를 거듭하며 같은 작품을 재공연하거나, 낭독극을 연극의 한 장르인 양 관람료를 받고 공연하는 극단도 있다. 이는 연극에 대한 호도이며 제주 연극 관객에 대한 모독이다. 심하게 말하면 지원금을 챙기기 위한 몰염치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생활연극축제에 참가한 세 작품을 보았다. 두 작품은 인상적이었으나, 기대했던 한 작품은 연출의 부재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모호했다.

 

노인과 바다 공연을 끝내고

 

극단 앙상블노인과 바다’(헤밍웨이작/ 김진만 각색, 연출)는 대중들에게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다. 소설을 어떻게 무대화했는지 궁금했다. 연출은 소년을 등장시켜 해설자의 역할을 하게 했는데, 창의력을 발휘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표현한 것이 성공했다.

결국 이 작품에 감동의 색깔을 입힌 건 연출이었다. 그 자그만 무대에 물결 치는 망망대해와 여러 장소를 변환한 것, 특히 며칠 죽을 힘을 다하여 잡은 커다란 청새치를 배에 묶고 귀항하던 과정에 상어의 공격을 받아 해체되며 결국 앙상한 뼈다귀만 남는 과정은 압권이었다. 노인(이계영), 소년(이동준)의 앙상블도 관극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품바 공연을 끝내고

 

극단 단홍품바’(김시라 작/ 유승희 연출)는 언제 보아도 흥겨운 공연이다.

품바는 오랫동안 여러 연기자에 의해 공연되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격찬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의 품바는 경험 많은 연기자 최성웅 씨에 의해 무대화 되었는데, 노련한 연기력에 의해 즉흥적으로 관객과 주고받는 입담이 작은 공간을 휘어잡고도 남았다. 특히 사전에 준비한 선물과 기념품은 관객을 극 속으로 동화시키기 위한 기교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추임새를 넣는 고수(유승희) 또한 극을 이끌어가는 품바와 호흡이 잘 맞아 장면 변환마다 활력을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