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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나무 가지치기

생활예술의 참신한 맛을 느끼다

강용준 2023. 9. 7. 13:52

제2회 대한민국시민연극제 제주 '대상'을 받은 강원 극단 봄내의 <모텔판문점 >공연 장면

생활예술의 참신한 맛을 느끼다

- 2회 대한민국 시민연극제를 보고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연극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이런 명제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을 해준 게 제2회 대한민국시민연극제였다.

행사의 명칭에서 보듯이 시민연극제는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모여서 만든 연극이다. 전문극단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만든 연극을 선보이는 자리가 시민연극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만이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연기자들만 순수 동호인이고 극본이나 연출, 무대 스탭 등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니 연기만 경험이나 개인의 능력 차에 따라 다를 뿐 열정은 전문 연기자에 못지않다.

이 연극제에 참가한 연기자들의 사연도 연극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가를 보여줬다. 시민들이 연극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나 동기가 이채롭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다 퇴직해서 집에만 있게 되니 우울증이 오더라. 그래서 연극단체를 찾아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우울증이 없어지더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어떤 참가자는 건강 진단 결과 암 선고를 받았다. 세상일이 다 귀찮아져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취미로 연극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용기를 내었다. 투약을 하면서 연습에 참여하고 난 이후로는 삶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됐다는 사연도 있었다.

연극은 이처럼 치유와 힐링의 효과를 준다. 혼자 하는 예술 장르와는 다른 동료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연극제에 참여한 이주민 여성들은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생활 예술은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묘미가 있다. 이런 순수 아마추어들이 경험이 쌓이고 숨겨진 재능과 끼가 발동하게 되면 전문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사실 전문 극단에 있는 연기자들이 처음부터 연극학과를 전공하고 연극인으로 살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연극만으로 생활하기 힘들어서 직장을 다니고 알바를 뛰면서 연극 활동을 한다.

전문 연극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민 연극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직장을 은퇴해서 늦게 연극에 뛰어들었다는 것. 그래서 평균 나이가 조금 많다는 것. 그러나 전문 연기자들보다는 경제적 여건과 시간에 여유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조금 서툴긴 하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이나 무대에 임하는 자세나 태도는 동호인들이 훨씬 순수하고 강렬하다는 것을 이번 연극제를 통해서 보았다.

 

필자는 십여 년 전 제주일보 제주논단(2014.08.27.)을 통하여 생활예술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논한바 있다. 20142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생활 속의 문화 확산생활문화의 지원이란 항목에서 생활예술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 됐다. 이후 문화예술지원 정책은 엘리트 전문가와 전문단체 지원에서 수용자 일반 주민 지원으로 바뀌었고 각 마을마다 주민 센터, 문화원을 통해 예술문화 프로그램이 파급되었다.

상처받은 삶을 치유하고 인생을 힐링 하면서 생활에 의욕을 충전하려면 생활연극에 참여하시라. 여러분은 다른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게 되고 인생의 폭을 넓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2023년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