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본격적 연극무대를 겨누다
강용준(극작가/ 소설가)
변종수는 도깨비 같은 사람이다. 사전적으로 도깨비는 ‘비상한 힘과 재주를 가지고 있어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이나 심술궂은 짓을 많이 한다’고 돼 있는데, 연극적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할 수 있는 연극적인 일은 모두 하는 팔방미인으로서의 도채비(도깨비)다. 그는 실제적으로 「극단 문화놀이터 도채비」 대표이기도 하다.
내가 변종수와 연극작품을 함께한 것은 1989년 「잠수의 땅」을 연출했을 때 배우로 참석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때 그는 젊었었고 사뭇 진지한,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연극인이었다.
그 후 그는 대학에 들어가 연극을 전공하고, 연극영화예술원, 배우학원, 문화센터,평생교육센터, 대학 등에서 연극 강사를 거치고 문화예술대학원 석사까지 마쳤다. 제주에 연극인은 많지만 연극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연극인은 그리 흔치 않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극단이 있음에도 다른 극단의 작품에 다수 출연했다. 연극만이 아니라 무용, 영화, 드라마, 마임, 창극, 민속놀이,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했으니 경력만으로 보면 참 다채롭다. 그것은 연극에 대한 열정이다. 연극과 연결된 많은 공연 장르에 출연하다는 것은 웬만한 재능이나 열정이 없으면 참 어려운 일이다.
그가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유명 드라마와 영화의 제주어 감수다. TV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와 「맨도롱 또똣」의 제주어를 감수하고 연기 지도까지 하더니, 미국 애플드라마 「파친코」의 제주어 감수와 코칭 담당까지 했다. 지면을 통해 변종수의 이름을 확인했을 땐 너무 반가워서 박수까지 쳤다. 재능과 끼가 많은 연기자라도 제주어를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변종수는 늘 아웃사이더였다. 정통적인 무대극 보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다 보니 연극계에선 이단아처럼 활동했다. 이제야 철이 들었는지 제주연극협회에 정식 극단으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펼친다고 한다. 앞으로의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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