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연극나무 가지치기

제주연극의 현실과 과제

강용준 2009. 9. 19. 08:03

제주연극의 현실과 과제

강 용 준(희곡작가)


1. 제주연극의 시대적 흐름


제주의 현대 연극은 1935년부터라고 되어 있으나 초창기의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제주 연극의 본격적인 시발점으로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제주에 설치된 육군훈련소를 위문공연 하러 온 중앙의 연극에서 찾을 수 있다.

이때의 이들의 연극은 중간에 노래가 이어지는 악극의 형태였고 내용은 계몽극이나 순정비극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제주에서 피난살이를 하면서 대정을 중심으로 한 학교들에 연극 붐이 일어 이후 몇 년간 도내 학교예술제에 연극은 빠질 수 없는 주 행사가 되었다.

1950년대에는 악극단이 창단되고 전국문화단체 총연합회(약칭 문총) 산하에 연극 분과가 설치되고 「신극동인회」가 창립되었다.

1960년대엔 군사 쿠테타가 일어나고 모든 단체가 해산되면서 연극 활동도 침체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1965년에 「한라문화제」가 생겨나고 연극제가 시작되면서 제주연극은 다시 기지개를 켜게 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주 연극은 개화기를 맞이하는데, 이때는 극회와 극단의 창립과 한국연극협회에 제주지부가 인준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 제주YMCA 산하에 「가람 극회」와 「극단이어도」가 창단 공연을가졌다.  이때는 중앙 연극의 지방공연이 붐을 이룰 때여서 관객의 확보도 용이했으나, 변변한 극장 하나 없이 여건은 매우 열악했다.

중앙 연극의 영향으로 1980년대 극단 창단이 러시를 이루는데 「극단정낭극장」, 「극단수눌음」, 「극단무」, 「극단가람」,「극단소리」, 「극단하늘극장」, 「극단오름」등이 창단 공연을 가졌다.

이 시기는 군사정권이 들어서서 공연을 하려면 대본을 검열 받아야 했고, 마당극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압제가 심하던 시기였다.

「극단수눌음」은 연극내용이 문제가 되어 극단이 강제 해체되었으나, 그 때마다 극단명칭과 대표를 바꾸며 지속적 공연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88서울올림픽에 맞추어 현대식 극장인 ‘제주문예회관’이 개관을 함으로써 제주연극도 매카니즘을 활용한 성숙된 무대를 선보이게 된다.

1990년대는 제주에서 첫 번째 전국행사인 <전국연극제>와 <전국민족극한마당>이 열리고 연극 붐이 조성되었다.

 이를 계기로 또 많은 극단들이 창단되었는데, 「극단자유」, 「극단세이레」, 「극동우회다솜」, 「극단아라」, 「극단거리」「한라산놀이패」등이다.

1990년대에는 소극장운동이 주류를 이루었고, 육지부와의 활발한 교류도 이루어졌다.

2000년대 제주연극의 특징은 아동극과 뮤지컬이 범람했다.

이는 주로 상업적인 목적으로 육지부의 극단들에 의해 행해졌는데, 문예진흥기금을 받는 성인극은 관객이 줄어드는 등 오히려 침체기를 맞이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창설되고 ‘문예진흥기금’과 ‘무대공연 제작지원’, ‘찾아가는 문화활동지원’ 등 정부의 예술활동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연극의 질은 오히려 제자리를 답습하거나 퇴보하는 경향을 가져왔다.

 전국행사로는 4․3 행사의 일환으로 치러지는 <4․3평화 마당극제>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 도내 극단들은 여러 가지 상황 때문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2. 제주연극의 현실


제주연극의 활동은 일정한 주기가 있다.

3월까지는 긴 동면에 들어가고, 4월에 4·3에 맞추어 <평화마당극제>가 개최되고, 전국연극제 제주대표를 선발하는 제주연극제가 열린다.

 5월이 되면 인형극,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극이 활기를 띠고, 9월에는 <제주청소년연극제>, 10월에는 ‘한라문화제 제주말 연극 공연’이 있고, 12월에는 <제주소극장연극축제>가 열린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도내 극단은 가람, 무, 세이레, 이어도, 정낭, 한라산 놀이패 등 여섯 단체이고 세이레와 이어도가 자체 소극장을 가지고 꾸준히 무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제일 시급한 게 연기자다.

극단마다 연기자는 10명 미만이고, 대표만 있고 연기자가 없는 극단도 있다. 그나마 연기자들도 고령화(?)가 되어 젊은 연기자들을 무대상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극단은 많은데 연기자가 없어서 소극장 무대 작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연극 공간은 늘어났으나 연간 도내 극단들의 연극공연 일수는 적어지고 있다.

이는 극단들이 행정당국의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다보니 자생력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지원금이 없으면 공연을 하지 않으려는데 문제가 있다.

관객들의 기대수준은 높아지고 있는데 도내 극단들이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해 관객들이 도내 연극을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또한 순수 연극보다 어린이를 겨냥한 연극이나, 뮤지컬 등 상업적 성격이 강한 외부 극단의 공연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오히려 도내 극단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 오고 있다.

전문연기자가 전무하고 연극 꿈나무들이 진학할 대학이 없어 육지부로 떠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그러나 제주연극은 어느 시대나 그랬듯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총체적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고 있다.

7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주연극은 현 상황으로 볼 때 그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다.


3. 과제와 해결방안


가. 젊은 연극인을 키워야 한다.

요즘 어린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하면 개그맨, 탤런트, 연예인이라고 대답하는 어린이가 많다고 한다.

왜냐고 물으면 남들에게 인정받고 인기를 끌고 돈도 많이 벌기 때문이란다.

영상세대다운 생각이다.

매년 제주청소년연극제가 개최되면 도내 많은 청소년들의 연기자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이들이 진학할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이 없다.

그래서 꿈을 접거나 육지로 나간다. 이렇게 연극 꿈나무의 인적자원이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이 육지부에서 연극을 배워 귀향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제주 극단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도 기회만 있으면 여건이 나은 서울로 진출하려는 세태인데 그들이 연극 인프라가 극히 열악한 제주에 내려오겠는가?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환경조성이 돼야 한다. 

중․고등학교 때 부터 예술꿈나무를 발굴해야 한다.

예술전문학교의 설립이 그래서 필요하다.

전인적인 교육과 예술교육진흥 차원에서 또한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인 계획과 확고한 추진력의 차원에서 사립학교보다는 공립학교의 설치가 바람직하다.

이 예술전문학교에 연극영화과가 설치되면 저변의 연극 인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내 대학에 연극관련 학과의 설치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수요자가 부족하다면 무용, 연예 등 유사학과와 묶어 공연예술학과, 무대예술학과 등의 설치도 가능할 것이다.

몇 년 전에 제주관광대에 방송연예학과가 설치되어 신입생을 모집했으나 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 학생들이 입학했다고 한다.

물론 홍보의 탓도 있지만 시설이나 교수진 무엇보다도 졸업 후 진로가 불안했기 때문이라 진단하고 있다.

또한 연극협회나 극단들도 신인연기자 발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정기적으로 모집을 하거나 작품제작 시 공개 오디션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여기에는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나. 인프라의 구축-도립극단의 창설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만 할 수 있게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도립극단이 창단되어야 하는 이유다.

현재 도립예술단은 음악(합창단 2개, 교향악단 2개)단, 무용단, 오페라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오페라단은 조례만 개정해 놓고 구성은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도지사의 막무가내 식 밀어붙이기 문화행정의 전형이다.

어차피 공연예술의 추세가 장르를 파괴하거나 복합적인 장르의 공연예술이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을 볼 때, 단일 공연예술장르보다는 음악과 무용, 연극이 어우러진 총체극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의 예술단 체제를 도립예술단은 뮤지컬단과 연극단을 포함하는 쪽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주어를 사용하는 작품과 제주를 소재로 한 창작극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립극단의 창설은 제주연극인이 하나로 뭉쳐질 때 가능하다.

1990년대에 시립극단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일을 추진하는데, 예총에서 엉뚱한 예총극단(나중에 관광민속예술단)을 만드는 바람에 유야무야 된 적이 있다.

제주연극협회가 앞장서 일을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방 방송국의 드라마 제작도 필요하다.

지방 방송국은 예산보다도 인적 자원이 부족해 드라마 제작을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전문적인 연극인 양성은 제주의 영상문화, 특히 제주에서 촬영되는 영화와 드라마의 인적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영상시대, 인적자원의 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 극단은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해야

제주 연극은 매너리즘에 빠진지 오래다.

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작품을 올릴 생각을 않는다.

심지어는 지원금을 타먹기 위해서 연기자를 급조해서 설익은 무대를 내보이는 가하면, 작품성도 없는 작품을 반복해서 매년 지원금을 교부받는 사례도 있다.

연극을 장사 속이나 용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대를 떠나야 한다.

제주의 매너리즘은 문예진흥기금이 지원되면서 부터다.

잿밥에만 눈이 어두운 일부 연극인들 때문에 관객들은 공연장을 떠났고, 연극정신 대신 아르바이트 정신만이 남았다.

무대를 두려워할 줄 아는 연극이 되어야 한다.

관객은 연극인보다 더 영리하다.

지원금 몇 푼 때문에 관객을 우롱하는 저질, 엉터리 연극은 추방되어야 한다.

치졸스런 무책임한 공연은 스스로 묘혈을 파는 행위다.

충분한 연습시간을 확보하고 진지하게 땀을 쏟을 때 관객이 최고의 후원자이며 모든 길이 거기서 열린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제주연극이 거듭나기 위해선 연극인들 각자가 연극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전환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단순한 정열만 가지고는 아마추어를 벗어날 수 없다.  헌신적인 자기희생을 전제로 학구적인 열정이 없이는 제주연극은 항상 답보상태에 머무를 뿐이다.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선 극단의 자생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극단은 행정당국의 지원금만을 바라보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후원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후원자는 꼭 돈 많은 독지가일 필요는 없다.

관극회원권을 만들어 판매한다든지, 관극회원을 모집한다면 고정 관객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제주에서는 기업메세나운동의 활성화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지만, 행정당국의 의지와 공연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만 있다면 확산되지 못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어려운 때일수록 연극인들의 무대에 대한 불타는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이에 제주도내 연극인들은 자체 내의 역량을 모아 자구책을 마련하여야한다. 많은 극단들을 통합하거나 후원회를 조직하는 등 자생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연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극단의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선 작품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배우가 없다고 무조건 인원수가 적게 나오는 작품만 찾다보니 시대착오적인 새마을 극, 개화기의 계몽극 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도 있다.

이러니 관객들이 냉소를 하면서 제주연극은 어쩔 수 없다고 결론짓고 제주연극 공연에는 선을 긋고 극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다.

좋은 작품으로 열심히 하는 극단들도 얼떨결에 덩달아 피해를 본다.

좋은 작품을 위해선 극단들 간의 교류도 필요하다. 연기자 대여 수준이 아니라 극단간 합동으로 규모 있는 무대를 만들 수도 있어야 한다.

몇 되지 않은 연극인들 사이의 갈등과 극단 간의 지나친 경쟁 심리도 오히려 연극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으로 발전의 상호보완 작용을 해야 한다.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안은 소극장 운동을 통한 꾸준한 연기 연마와 경험습득이다.

자체 소극장을 가졌다면 연중무휴라도 공연이 가능하기 때문 지속적인 배우수업으로 연기의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할 수 있다.


라. 연극도 비즈니스, 관객을 찾아 나서라

극장에 관객이 없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원인이 뭘까? 대답은 연극인의 안이한 자세 때문에 그렇다.

볼만한 작품도 없고 공연수준이 관객의 기대심리를 못 따라 가기 때문이다.

예전에 관객들의 절대 다수가 대학생 등 젊은 층이었는데 인터넷게임과 영상에 몰두하고 있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쁘거나 컴퓨터나 TV를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추어 공연장에 가는 것을 지극히 귀찮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생각도 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중앙의 이름난 탤런트나 스타 중심의 연극이 제주에서 공연되거나 언론에 괜찮다고 소문난 뮤지컬이나 연극이 공연되면 중년 관객들이 벌떼처럼 모여 드는 것을 보라.

젊은 관객이 어렵다면 중년 주부들을 공략해야 한다.

그들이 관심사가 무엇이고, 어떤 작품을 선호하는지를 안다면 그들을 다시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쉽게 풀릴 것이다.

볼만한 연극이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시간을 쪼개서라도 공연장을 찾을 것이다.


마켓팅의 개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치밀한 홍보 전략과 입장권 판매 전략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관객은 감동을 원한다. 그리고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아이템도 필요하다.

가령 극단 자체만의 독특한 소재(예: 일인극제, 신화연극제 등)를 이용하여 정기적으로 국내외 공연을 유치한다든지, 육지부 국제연극제와 연계하여 공연을 기획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다음으로 ‘찾아가는 문화예술활동’을 통하여 마을의 연극동우회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관객개발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고, 이동무대를 이용 관객을 찾아가는 것도 관객 개발의 한 방법이다.


마. 시대에 맞는 행정지원이 필요하다

 행정당국에서도 공연예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타 장르에 비해 지원이 적은 연극의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연극 붐을 조성하기 위해 국제 연극제를 상설화하는 방안도 강구하여야 한다.

가령 신화나 여성을 소재로 한 ‘제주국제연극축제’의 창설 등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극인구의 육성이나 저변확대를 위하여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어 공연관련 학과의 신설을 독려해야 한다.

 문예진흥기금이나, 무대제작 작품지원, 찾아가는 문화활동 지원 시에는 철저한 사전 심사와 사후평가가 이루어져 불량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없게 제도적 장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를 소재로 한 작품, 제주 작가의 작품에는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제주의 극단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창작초연작을 올리려 하지 않는다.

제주의 독특한 작품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양상에 맞게 도립예술단의 조례개정으로 극단이나 뮤지컬단을 만들어 제주다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행정당국이 할 일이다.

 

 

3

 


'연극나무 가지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랑과 배비장  (0) 2009.12.08
창작뮤지컬 명성황후  (0) 2009.11.17
최정원의 피아프  (0) 2009.11.10
탐라촐람생이전  (0) 2009.10.27
뮤지컬 소울메이트  (0) 2009.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