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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나무 가지치기

극단세이레 '아일랜드'

강용준 2010. 11. 2. 08:51
 
 

아일랜드, 장기공연 절반의 성공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아돌후가드 작 아일랜드는 1977년에 초연된 후 1979년에는 제주에서도 공연됐다.

그 때는 유신 치하의 강압 정치가 있던 때여서, 대학생들이 주관객이었고 이 연극이 던지는 메시지로 인하여 울분을 공감하기도 했다.

2010년 10월 극단 세이레가 ‘아일랜드’를 세이레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을 했다.


종신형을 받은 윈스톤과 존이 한방에서 생활하게 된다.

고된 작업을 끝내고서도 그들은 가지 않은 시간을 위해 죄수 연예회에서 공연할 연극을 준비한다.

이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준비한 작품이 극중극 ‘안티고네’다.

나라에 죄를 짓고 죽은 시신은 매장할 수 없다는 법을 어기고, 자신의 오빠를 매장한 ‘안티고네’ 결국 그는 재판정에서 크레온 왕에 저항한다.

이는 무한한 상징성을 갖는 문제다.

법과 인간적 정리간의 우선논리를 묻고 있지만, 실은 현실에서 뚜렷한 죄목도 없이 왕이 정한 법률에 의거하여, 변명 한 마디 못하고 종신형과 10년 형을 받았던 윈스톤과 존이 세상에 대한 외침이다.

이것은 당시 긴급조치법에 의해 대량의 범죄자를 양산했던 당대 우리의 현실과도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다.

10년 형에서 석 달로 감형을 받은 존(강상훈 분)의 설레이는 마음과 석방을 앞두고 한 시간을 참기 어려운 고통, 이로 인해 윈스톤(김태남)의 불안과 갈등은 시작되고 자유와 정의에 대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연극은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담고 있다.

그것이 시대 상황이 바뀐 오늘의 현실에 어떤 의미를 담고 공연했는가 궁금했는데, 역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그것을 오늘날의 물질 만능과 문명의 이기들로 구속돼 있는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었다면 했는데, 부정확한 발음과 전달이 되지 않은 대사들로 인해 더욱 작품을 난해하게 만들었다.

존의 능란한 대화술에 비해 윈스턴의 어눌한 연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나마 육지에서 온 ‘바쁘다 바뻐’의 장기공연에 우연치 않게 맞서 18일 동안의 장기 공연으로 그래도 꾸준히 관객들을 개발해 낸 정신은 높이 살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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