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設計 강영은 나는 내가 빈집일 때가 좋습니다. 침묵이 괴물처럼 들어앉아 어두운 방을 보여줄 때 고독한 영혼이 시간과 만나 기둥이 되는 집, 증거 없는 희망이 슬픔 과 만나 서까래가 되는 집. 우주의 법칙을 속삭이는 별빛과 그 별빛을 이해하는 창가 와 그 창가에 찾아든 귀뚜라미처럼 우리는 하나의 우주 속 에 들어 있는 벌레라고 우는 집. 희고 깨끗한 미농지를 바른 벽이 도면에 있어 닥나무 껍 질에 둘러싸인 물질의 영혼처럼 영혼의 물질처럼 나는 당신 안에 있고 당신은 내 안에 있어 충만한 집. 내가 알고 있는 숲은 결코 그런 집을 지은 적 없어 새장 같은 집을 그릴 때마다 영혼을 설계하는 목수처럼 종달새가 날아와 얼키설키 엮은 노래로 담장 쌓는 집. 수백 년 묵은 팽나무가 지탱하는 그 담장에 걸터앉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