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정원joon

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문화숲에 이는 바람

제주시에 창작집필실이 필요한 이유

강용준 2012. 10. 11. 17:50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백담사 만해마을은 10여 년 전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사상을 실천하고 선양하기 위해 세워졌다.

만해마을은 만해문학박물관, 문인의집, 만해학교, 만해아카데미연수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앞에는 북천이 흐르고 뒤에는 내설악의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심신 수련의 공간으로

사철 많은 학생들과 문인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특히 문인의 집은 47개 객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4층은 문인집필실 전용으로 마련되어

전국의 문인들 중 신청자들 중에서 선별하여 무료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9월초부터 2개월간의 일정으로 이곳에 머무르며 글을 쓰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와서 놀란 점은 대한민국의 내 노라 하는 시인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고

만해문학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했다는 사실은 전국의 문인들은 거의 알고 있었는데 필자는 처음 알았다.

이와 같은 창작집필실은 박경리 선생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원주의 토지문화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연희문학창작촌, 이문열 작가가 운영하는 이천 부악 문원,

김규성 시인이 운영하는 담양의 글을 낳는 집이 있으며,

제주도에도 제주작가회의가 운영하는 마라도창작스튜디오가 있다.

이밖에 하동의 토지문학관, 장흥의 천관문학관, 영양의 이문열 연구소 등이

집필실을 갖추고 개원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는 집필하는 곳의 땅의 에너지와 주변 환경의 기운을 많이 받는다.

특히 작품의 배경이나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집필하는 곳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제주에 다른 지역보다 유독 문인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제주는 아름다운 천혜환경으로서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솟구치는 곳이고,

신화와 전설의 섬으로서 문학적 영감이 무한하게 생성되는 곳이다.

이런 곳에 문인들을 위한 창작실 설치는 시급하다.

그간에도 중앙의 많은 문인들이 제주에 거주하면서 주옥같은 작품들을 써냈다.

지금 마라도에도 꽤 알려진 중앙의 문인들이 자발적 유배라는 이름으로 입주하여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마라도는 섬이라는 폐쇄성의 매력 때문 좋아하는 문인들도 많지만,

오히려 폐쇄적인 것 때문에 기피하는 자유분방한 문인들도 더러 있다.

창작집필실은 꼭 문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느 지역의 경우 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창작집필실이 있는가 하면,

화가, 시각예술인들을 위한 창작집필실을 레지던스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토지문화관의 경우 문학인을 주로 지원하면서 타 예술장르 창작인에게도 일정 부분 개방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지역 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는데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자긍심을 고양하기 위해서도 제주시에 창작집필실이 필요하다.

제주문학관이 건립된다면 그 안에 집필실이 마련되겠지만,

제주문학관건립을 문화정책 공약으로 내건 우 도정이지만 지금 상황으론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비 마련조차도 요원한 실정이다.

창작집필실은 비단 작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

문학인들을 통한 문화교류와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문학 산실로서,

국제문화도시로서의 인프라 구축에도 안성맞춤이다.

창작집필실은 새로 건립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제주시 산하의 청소년 수련원이나 교육원 일부를 개보수하여 활용하거나

민간단체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시설을 활용한다면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이다.

세계자연유산을 가진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문화컨텐츠 개발,

제주를 소재로 한 창작품 발굴을 위해서도 제주시 외곽에 창작집필실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주논단 (제주일보, 2012. 10.11.) 게재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