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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꽃 향기

내 사랑 내 곁에

강용준 2009. 10. 5. 22:53
영화 줄거리
〃나 몸이 굳어가다 결국은 꼼작 없이 죽는 병이래. 그래도 내 곁에 있어줄래?〃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김명민).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던 날, 종우는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란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운명처럼 재회하고 사랑에 빠진다. 1년 뒤 결혼식을 올린 두 사...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운명론을 믿는 자에게 모든 사랑은 다 운명적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두 사람이 만난다는 것 자체가 운명은 아니지만, 그 만남 속에서 서로 사랑을 느낀다는 것은 운명이다.

어떠한 사랑에도 갈등과 위기는 있으며 완성되지 못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일 때 비극이 되곤 한다.

관객은 사랑에선 해피엔딩보다 파국적인 사랑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것은 시대성과도 관련이 있다.

봉건사회에서는 유교적인 질서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주인공이 파국을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허나 개방주의 사회에선 절대선보다 개인의 가치와 행복을 우선시하기 때문 파국적 사랑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내 사랑 내 곁에’ 에서도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을 개인의 행복에서 찾고 있다.


루게릭 병에 걸린 백종우(김명민 분)는 자기 모친을 염습한 장례지도사 이지수(하지원)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내가 널 지켜 줄게’

시한부 인생인 백종우가 결혼에 두 번 실패한 이지수를 지켜 준다는 말을 하지만 관객들을  누구도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아니 역설적으로 ‘나를 지켜줘’ 라는 말로 해석한다.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면서 백종우는 왜 이지수에게 프로포즈를 했을까?

정말 살 수 있다는 의지를 시험하려 했다면 한 여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너무 가혹한 이기주의적 프로포즈다.


그러나 이지수는 백종우의 사정을 알면서 프로포즈를 받아들인다.

그건 단순한 동정에서 나온 것이 아닌 백종우를 통해서 행복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실패한 인생을 백종우를 통하여 보상 받으려는 의도에서다.


그래서 이지수는 먼저 잠자리를 제안하고, 그와 결혼한다.

그가 죽어가는 순간에도 그의 아이를 가지려 하고, 미루어 왔던 혼인신고서에 임종 직전의 백종우의 손을 잡아 당겨 억지로 지장을 찍는 이유도 그렇다.

죽어 없어질 사람의 혼인신고서는 무얼 뜻 하는가?

사랑의 완성?

아니다. 그건 이지수가 세상에 태어난 독립된 개체로서의 자기 확인 욕구의 표현이다.

가정을 가진 여자로서, 성공한 인생을 살고픈,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자기 곁에 두고픈   욕망의 표출이다.


그게 이지수에게는 행복이다.

그것은 영화 대사 속의 말처럼 ‘남에게 의지한 행복은 행복이 아니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행복이 정말 행복이다’라는 말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백종우와 이지수의 짧은 사랑.

그러나 이지수에게는 세상을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고,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숨쉴 커다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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