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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원을 산책하며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오솔길 세상이야기

오해와 참회

강용준 2009. 11. 26. 09:52

학창 시절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오래 된 이야기라 자세하진 않지만 ...

 

어느 선비가 산속에서 공부를 하다가 하산하여 집에 돌아 왔다.

집에 돌아오니 한밤중이었는데 댓돌 위에는

아내의 신발과 함께 남자 신발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이상하다. 순간 이 선비는 자기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 없는 사이에 어느 남자를 집에 끌어들여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구나.'

 

선비는 부억으로 가서 식칼을 집어들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아닌게 아니라 아내 옆에는 머리깎은 중이 누었는데

손은 아내의 가슴에 얹혀져 있는게 아닌가

선비는 피가 꺼꾸로 솟는 것을 느꼈다.

이 연놈들을 아주 단칼에 작살을 내리라 작정하고 팔을 올리는 순간.

스승님이 떠나면서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참을 인자 세번이면 살인을 면한다'

순간 선비는 칼을 내려놓고 참을 인자를 마음에 새겼다.

 

마음이 평정해지고

'그래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보자.

그때 처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니까.'

그리고 아내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먼저 눈을 뜬 것은 아내 옆에서 잠을 자던 스님이었다.

'아니, 형부 언제 오셨어요?'

순간 선비는깨달았다.

'아차, 하마터면 입산수도하는 처제와 아내를 죽일 뻔 했구나.'

 

우리가 살아 가면서

오해로 인한 많은 일을 겪게 된다.

그 결과 살인으로 까지 비화되는 일도 종종 있다.

오해는 망상을 낳고

망상은 스스로 소설을 쓰듯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는 이성을 잃고 일을 저지르고야 만다.

 

한 번 참고 진실을 알게 되면 화를 면할 터인데

그걸 참지 못하고

자신만의 착각과 잘못된 판단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

 

그 상처가 아물어 원상회복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원상회복이 되더라도 그 아픔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물론 그런  아픔이

간혹 상대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결과를 낳기는 하지만....

 

내게도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다.

오해로 인한 감정만 실린  내 말에

상처받은 사람이 생겼다.

 

이미 나은 말은 담을 수 없어서

내 가슴은 죄책감으로 인해 더욱 아프다.

 

그가 다시 밝은 모습을 되찾고

평상시처럼 다가와 주기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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