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극과 인연을 맺어온 지도 30년이 넘는다.
그간 연출한 작품도 40여 편에 이른다.
그러니 웬만한 연극 경향이나 사조에 대해선 다 알고도 남는다.
그런데 다 알고 나니 연극 감상이 재미가 없다.
아무런 부담없이 편하게 연극 속에 빠져 들어야 하는데...
내게 보이는 건
연기자의 서투른 화술,
작품의 어색한 각색과 앞뒤 안 맞는 줄거리,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연출 등
이런 것들만 눈에 보인다.
그러니 제대로 연극을 감상할 수가 없다.
어쩌면 불행한 일이다.
내가 극장에 나타나면 공연관계자들은 긴장한다.
이번엔 무얼 트집 잡힐 것인지...
예전엔 극단에서 초대장도 왔는데 오지 않은지 오래 됐다.
아니 나 같은 사람 오지 말았으면 하는 게 그들의 솔직한 심정일 거다.
그러나 무턱대고 칼부터 갖다 대진 않는다.
잘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성실하게 만든 작품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을 감추고 칭찬을 한다.
난 연극 구경을 갈 때 마지막 회 공연을 본다.
마지막 공연이라 시행착오도 덜 할 것이고 최선을 다하리란 믿음에서다.
그리고 많지 않지만 금일봉을 담은 봉투를 가지고 간다.
공연이 마음에 들면 종파티에 참석도 하고 봉투를 건네고 온다.
그러나 근래에는 가지고 갔다가 그냥 온 경우가 많다.
마음에 드는 공연이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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