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해가 저문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무엇이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세모의 시점에서 그래도 어느 해 보다도 풍성하고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꼭 같은 환경에서 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그 시간을 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잣대와 그릇만큼 시간을 재고 담는다.
그래서 늘 부족한 사람도 있고 남아돌아서 문제인 사람도 있다.
시간이 왜 더디 흐르나 원망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 빠름을 한탄하는 사람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시간을 쓰는 사람도 있고,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호의호식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늘 새로운 시간과 만난다.
그 시간 속에서 새로운 일들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
그 만남 속에서 세상의 역사는 이루어진다.
늘 가슴 속에 그리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고,
다시 반추하고 싶지 않은 만남도 있다.
내게 있어 2009년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일한 만큼의 성과가 상과 칭찬으로 주어지기도 했다.
메말라가는 창의력에 기름 치며 격려해주는 소중한 친구도 만났다.
덕분에 작품 속에 살아있는 인물들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기쁨이 뒤따랐다 .
과분한 사랑을 주신분들께 감사드린다.
사람을 대할 때 내가 그렇게 무뚝뚝하고 강했었나 하는 반성도 했다.
나로 인하여 상처 입은 사람들은 없을까 생각해본다.
나에 대해 섭섭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에게도 용서를 구한다.
살아가는 것이 버리고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일이 더 많아서는 안 되는데
남에게 분노와 고통과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되는데...
사람이 늘 모자라니까 그런 것 같다.
2010년에는 좀 더 부드러워지고 여유 있는 만남을 가져야겠다.
글 쓰는 사람이 늘 그렇듯 생애 최고의 걸작(?)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을 채근하면서도 조급하게 시간을 채우진 않겠다.
각박한 상황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
시간에 끌려가며 만들어지는 삶이 아니라 시간을 재단하며 사는 여유.
남을 배려하고 장점을 추겨줄 수 있는 여유가 내겐 필요하다.
2010년 새로운 시간과의 만남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