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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세상이야기

새해 설날 복 많이 받으셨나요

강용준 2022. 2. 2. 17:46

어느 해 추자도의 일출

금년 설은 여유로운데 어쩐지 허전하다.

 

아침에 차례상을 차리니 동생네 부부와 조카가 찾아왔다.

거리두기 6명 제한은 맞춘 셈이다.

작년 설엔 거리두기 때문에 집에서 차례도 지내지 못하고 과일 몇 가지, 빵 몇 조각, 소주 한병을 들고 조상들 모신 납골 묘를 아내와 찾았었다.

차례를 지내고 아침 겸 점심을 먹는데 서울 사는 아들네에게서 동영상 전화가 왔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손녀와 새해 여섯 살이 된 손자가 나란히 엎드리며 영상 속에서 새배를 한다.

새배를 받으며 덕담을 하면서도 영 마뜩지 못하다.

품에 안지는 못할망정 그래도 손이라도 잡아야 하는데 자그만 영상 속에서 웃는 손주들과 아들 내외의 얼굴이 왜 이리 서운하게 느껴지는지. 남의 식구들 같다.

 

하루가 멀다하고 부쩍부쩍 커가는 손자들 모습을 보고 싶은데.

손자들 오면 손잡고 데리고 다닐 곳도 미리 생각해 두었는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녀를 안고 두툼한 봉투를 직접 전하고 싶었는데.

예쁜 가방과 옷을 사주라고 아내 몰래 며느리 통장으로 성금(?)을 입금시켰다.

물론 세뱃돈은 아내가 따로 보내겠지만.

 

코로나19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오미크론 팬데믹 태풍 때문에 연달아 두 해나 이런 풍경이다.

타지에 자식을 둔 부모들은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

아들 하나 낳아 외롭게 커서 그런지 말하지 않아도 아들은 딸과 아들, 둘을 두었다.

결혼하겠다고 아들이 서울서 며느리 감을 제주에 데리고 왔을 때,

며느리에게 딱 한 가지만 약속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너희들은 서울 살고 우린 섬에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은 안부를 물으며 지내자고 말이다.

며느리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전화가 안 오는 일요일 저녁은 애들이 다퉜구나 생각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며느리는 아직도 싫어하는 내색 않고 10년 이상을 그 약속을 지키고 있으니 참 착하기도 하다.

며느리 자랑이 팔불출에 해당하는지 모르겠지만 며느리 하나는 잘 얻었다는 생각이다.

 

인간의 정이란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스킨십으로 확인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아내 손을 잡아 본 지도 오래 되었다.

취향이 달라서 티브이를 함께 앉아 시청하는 것도 어려워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눠 본 것도 아득하다.

오늘은 거실 바닥에 껌딱지처럼 앉아 텔레비전에 시선을 박고 있는 아내 곁에 앉아서 슬며시 손이라도 잡아 봐야겠다.

안 하던 짓 한다고 화들짝 놀라며 뿌리치지 않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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