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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강용준 2023. 11. 10. 14:20

글을 낳는 집

 

담양 글을 낳는 집에서

 

10여 년을 전국에 있는 문학 레지던시를 찾아다니다가 처음으로 전남 담양에 있는 글을 낳는 집’(이하 글집)을 찾아 3개월의 입주를 허락받았다.

대부분 도시와 가까운,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편의 시설이 있는 여타 문학 레지던시와는 다르게 산중에 위치한 곳이다. 차로는 화순온천이 10분 거리에 있고, 산길을 돌고 꺾으면 15분 거리에 대덕면, 창평면, 고서면, 곡성군 옥과면이 있다. 시내버스가 하루 다섯 차례 글집 앞을 지나간다. 고서면을 돌아서면 소쇄원과 가사문학관이 있는 가사문학면이 20분 거리에 있어 선현들의 글향기가 화수분처럼 피어올라 떠다니는 곳이다.

담양은 예로부터 가사문학의 출발지이며 중심지였다. 가사문학의 효시라는 정극인의 상춘곡이 담양에서 만들어졌고, 면암정을 지어 놓고 이황을 비롯한 많은 제현들과 학문을 논하고 후학을 길러냈던 송순의 고향이며, 송강 정철이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성산별곡을 지었던 곳도 담양의 식영정이다. 송순이 잠시 벼슬길에서 불러났을 때 조성했다는 죽녹원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글집은 김규성 시인과 사모님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입주자들 간 인간적 정감을 교류할 수 있는 최상의 작업공간이다. 약선요리 전문가인 사모님은 직접 채소를 가꾸고 조리를 하여 매일 갖가지 맛있는 반찬으로 입주 작가들의 건강을 염려한다.

글집 촌장인 김 시인님은 매월 입주작가뿐만 아니라 글집 입주 이력이 있는 전남 등지의 작가들을 초청해 순천, 화순, 고창, 광주 등지의 경관을 탐방하는 문학 기행을 주도한다. 자연스럽게 지역 작가들과의 정보교류가 이뤄지고 심신을 연마하는 도량이 된다.

계절의 전령사들이 창문을 두들기며 문안 인사를 하고 창을 열면 산 능선이 한걸음에 달려온다. 산중에 있으면 계절도 시간도 속절없이 흘러간다. 개안을 위하여 면벽 수도하는 스님처럼 글눈이 떠지길 기다리며 오늘도 작가들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자판을 두둘긴다.

글집에서 생산한 글이 대박은 아니라도 독자들에게 소박 맞지나 않길 기대하며.

 

202311월 입동 하루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