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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숲에 이는 바람

김종현과 사진 제주 초가

강용준 2023. 8. 1. 17:58

김종현 사진집 제주초가 2023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

강준(극작가/소설가)

 

50년 전만 하더라도 하늘과 맞닿은 지상의 선은 타원형의 곡선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육지에서도 초가지붕이 있었지만 제주에서는 오름의 선과 더불어 아름다운 타원형의 곡선이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고 여유 있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좁고 천정이 낮은 집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의아하기도 하지만 서로 보듬어 안고 보살피면서 오순도순 정겹게 살았다.

제주의 초가는 육지의 그것과 구성 방식에서 조금 다르다. 비바람 때문에 천정을 낮게 지었고 새를 덮은 지붕은 새끼줄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어 맸다. 초가의 집 구조도 안꺼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로 나누어져 있었고, 부모와 큰 아들네가 함께 살면서도 경제는 독립적이었다. 이렇게 부모와 자식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가난했기 때문이다. 경제공동체 생활을 하면 함께 굶어죽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에 한 울타리 안에 살면서도 식사도 따로 하며 생활했다.

난간(툇마루), 삼방(마루), 큰방, 고팡(창고), 정지(부엌), 족은 방이 있었다. 안방 밖으로는 굴묵(온돌)과 통시(변소)가 있었다. 집 뒤나 마당 옆에는 우영팟(텃밭)이 있어 채소를 길렀다. 이문간(대문) 안에는 외양간이나 농기구 창고가 있는 집도 있었다. 손주가 찾아가면 주름진 얼굴을 활짝 펴며 품어 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불현 듯 생각난다. 그 할머니는 초가집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 바람이 불면서 초가집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골에서도 정부시책에 발맞추어 지붕만 슬레이트로 바꾼 집이 많아졌다. 초가집은 성읍민속마을에 가서야 구경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김종현은 초가집이 사라져 가는 무렵에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 사라져 볼 수 없는 그 정겨운 장면들을 흑백 필름에 담아 고이 보존했기에 우리는 그 옛날의 기억을 반추할 수 있다. 사진가는 자신의 관심에 따라 사진 속에 담는 피사체가 다르다.

그는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할 무렵에 네이버 온라인 카페에서 ‘1990년대 김종현의 시각 기억 속의 제주라는 개인전을 열었다. 거기서 그는 고향에 대한 갈증 같은 그리움, 사라져가는 아쉬운 풍경들을 앵글에 담았다.

이번 작품집은 이제는 사라져 볼 수 없는 초가집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들을 담아내고 있다. 과거는 늘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 아쉬움으로 하여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끊임없는 열정과 정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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